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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배우는 사람

by 신아르케

어떻게 보면 우리는 하루 단위로 인생이라는 것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매일 눈을 뜨고,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다스리며,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떤 신체적·심리적 특징을 지니는지를 관찰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마다 학습 능력이 다르다는 점이다.

나는 학습 능력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반복되는 경험 속에서 패턴을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 안의 보편적 규칙을 이성적으로 발견해내는 능력이다. 더 나아가 그것을 실제 행동의 변화로 연결하는 힘이다.
하루를 살아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그것은 하루를 배운 것이 아니라 단지 소비한 것이다.
그런 태도로 십 년을 산다면, 한결같이 성장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삶을 피하려면, 하루를 성찰하는 시간을 루틴으로 넣어야 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깨달음이 있어야 하고, 그 깨달음이 다음날의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
어제보다 조금 더 유연하게, 조금 더 성숙하게 삶을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같은 유혹에 넘어가고, 같은 요인으로 좌절하며, 같은 감정에 지쳐버린다.
그렇게 낭비된 에너지는 결국 인생의 속도를 늦추고, 마음의 평화를 앗아간다.

그래서 나는 내 삶의 패턴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언제 집중력이 높아지고, 언제 감정이 흔들리는지, 어떤 상황에서 내 에너지가 가장 소모되는지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 패턴 속에서 배웠다.
나를 알아야 변화가 가능하다.
자신의 기질과 체질, 성격, 바이오리듬, 심리적 흐름까지 이해하려는 노력은
자기 삶을 한층 가볍게 만드는 지혜였다.

결국 우리는 자기 자신이라는 가장 어려운 교재를 매일 읽어야 한다.
하루의 실수와 감정의 잔향, 선택의 결과들을 복기하며
‘오늘의 나’가 ‘어제의 나’보다 한 걸음이라도 나아갔는지를 묻는 일.
그 과정이 쌓일 때, 삶은 점점 덜 버겁고, 더 단단해진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삶을 다르게 느끼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버티기 바빴던 하루가, 이제는 배움의 장처럼 보였다.
같은 문제를 다시 만나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성찰은 시간을 느리게 만들지만, 그 느림 속에서 우리는 진짜 자신을 만난다.

하루를 성찰한다는 것은 자신을 비판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해의 끝에는 수용이, 수용의 끝에는 감사가 있다.
감사는 평안을 낳고, 평안은 행복으로 이어진다.

하루를 배우는 사람은 결국 인생을 배우는 사람이다.
작은 깨달음이 쌓여 내일의 지혜가 되고,
그 지혜가 모여 평생의 방향을 만든다.
오늘 하루를 잘 배우는 것, 그것이 곧 잘 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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