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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을 신뢰하는 법

by 신아르케

우리의 이성은 선천적 능력을 지니고 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인과 관계를 이해하고 논리의 흐름을 따라간다. 마치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인간의 이성은 진리와 선을 향해 나아가려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어떤 문제를 마주했을 때,
결과가 아직 또렷하지 않더라도 두려워하거나 자신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글을 쓰든, 누군가에게 설명을 하든, 우리는 처음엔 대강의 직감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그 직감이 완전히 근거 없는 감정이 아니다. 우리의 이성은 그 흐릿한 확신 속에서도 방향을 잡고, 과정을 따라가며 스스로 근거를 만들어 낸다. 처음엔 불분명했던 생각이 글을 통해 명료해지고, 말로 표현되는 순간 논리의 뼈대가 드러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이성에 대한 신뢰다.
생각이 막히고 말이 엉켜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
다만 이성이 더욱 구체적이고 설득력을 가지려면, 경험과 지식이 더해져야 한다.
직관이 나침반이라면, 지식은 지도를 그려 주는 도구다.

그래서 나는 어떤 주제를 탐구할 때, 먼저 직감으로 가설을 세우고, 그 다음에 관련 자료를 찾아 빠르게 읽는다.
이 과정은 단순한 정보 수집이 아니라, 직관을 검증 가능한 주장으로 바꾸는 지적 훈련이다.
경험이 쌓일수록, 나의 판단은 더욱 정확해지고, 이성은 더 정교한 구조를 세운다.

이성은 단지 머릿속에서 논리를 굴리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안에 내재한 ‘진리 탐색의 본능’이자, 혼돈 속에서도 질서를 찾아내는 하나의 영적 능력이다.
그러므로 불안하거나 혼란스러울수록, 우리는 이성을 신뢰해야 한다.
그 신뢰 위에서, 직관은 검증되고, 생각은 성숙하며, 진리의 형태는 조금씩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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