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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한 인간

by 마른틈

나는 늘 내가 나약하다고 생각했다. 여기저기 치이면서도 꾹꾹 참아내는 내가 한심했다. 이리 휘청, 저리 휘청. 정작 원망의 대상은 찾지도 못하고 나한테만 쐐기를 박아대면서, 그런 병신이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 바보천치 같다고 생각했다.

내가 특별히 선한 마음을 타고났거나,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봐서 그런 것이 절대 아니다. 나도 화내고 싶었다. 나도 때리고 싶고 복수하고 싶었다. 나는 늘 미쳐버리고 싶었다. 어느 날에는 눈이 회까닥 돌아버려서 칼을 들고 단숨에 찌르고 싶었고, 또 어느 날에는 바깥에서부터 그 입구를 막아 가둬놓고 불을 질러 공포에 잠식시키다 서서히 죽이고 싶었다. 내 간악한 머릿속에서는 어떤 이들이 그렇게 수없이 죽고, 또 죽었다. 그렇지만 나는 정작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내가 겁쟁이라 그렇다. 무서워서 그렇다.


살다 보면 수많은 범법자들이나 사람을 교활하고 지능적으로 괴롭히며 원한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겪는다. 나는 그들을 볼 때면 두 가지의 생각을 한다.


1. 저러다 임자 한번 잘못 만나 진짜 뒤지게 쳐 맞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나…?

2. 근데 부럽다. 나도 저렇게 뒤 없이 생각 없이 그냥 저지를 수 있는 인간이고 싶다.


1은 내 근처에 정말 눈이 돌면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인간이 있어서 생각하는 것이고,

2는 조금 배반적인 나의 속마음이다.


나는 언제나 내가 나약하고 겁쟁이인 게 싫은 사람이었는데, 오늘은 어떤 글귀를 읽었다.

"폭력으로 가득 찬 세계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 애쓰는 연약함이야말로 가장 강렬한 빛이다."

한강작가가 말했다는데, 아무리 찾아도 출처를 찾을 수 없어서 잘은 모르겠다. 나는 다만,


그러니까 내 나약함이, 내 겁이.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함이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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