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백설공주_ 거울, 탐욕의 지옥

나의 대답에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by 해이



나는 오래전부터 이 성에 걸려 있었다.
왕이 바뀌어도, 왕비가 바뀌어도,
사람들이 내 앞에 서는 이유는 언제나 같았다.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다운가.”


나는 있는 그대로를 대답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름만 기억했다.
내 말에 섞여 있던 진실은 듣지 않았다.


아름다움은 시든다.
젊음은 무너진다.
탐욕은 결국 파멸을 데려온다.




왕비는 날마다 내 앞에 섰다.
흔들리는 목소리와

떨리는 몸으로.

나는 그 안에서 두려움을 보았다.
잃어버릴 것을 알고 매달리는 눈빛.
그 두려움이 어디로 이끌지 역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말하지 않았다.
나는 묻는 것에만 답했다.
그 침묵이야말로 가장 잔혹했으니까.


사과가 붉게 빛나던 순간도 나는 알고 있었다.
껍질 밑으로 검은 독이 스며 있었다.
공주의 손이 그것을 들어 올릴 때,
나는 이미 끝을 보았다.
그녀가 쓰러질 것도,
왕비가 웃을 것도,
곧 이어질 몰락까지도.


하지만 나는 침묵했다.
내가 더 말한들,
그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말했다.
왕비가 벼랑에서 떨어졌고 번개에 맞아 사라졌다고.




그러나
그녀는 사라진 것이 아니다.
탐욕은 내 안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왔다.


나는 지금도 그녀의 얼굴을 비춘다.
비명을 지르는 입술,
불타는 눈,
부서지는 몸짓.
그녀는 끝없이 무너지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무너짐을 먹고 자란다.




왕비만이 아니다.
수많은 얼굴이 내 안에 남아 있다.
젊음을 붙잡으려 했던 자들,
사랑을 독차지하려 했던 자들,
권력을 놓지 않으려 했던 자들.

그들의 탐욕은 모두 내 것이 되었다.
나는 그들을 비추었고,
그들은 스스로 내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오늘도 누군가는 내 앞에 선다.
역시

갈라진 목소리와 흔들리는 눈빛을 품고.

나는 같은 대답을 반복한다.
그러나 대답은 언제나 미끼일 뿐이다.
그들이 듣지 못한 것은 따로 있다.




아름다움은 시들고,
젊음은 사라지고,

탐욕은 모든 것을 삼킨다.


너희가 나를 찾는 순간,
그 지옥의 문은 열린 것이다.







나는, 탐욕을 먹고 자라는

파멸의 지옥이다.




#백설공주 #동화외전 #잔혹동화 #어두운동화 #동화이야기 #마녀

#동화재해석 #블랙스토리 #사회풍자소설 #명작동화 #전래동화

#외전 #서늘한이야기 #동화속진실 #브런치글쓰기 #브런치스토리

#거울아거울아 이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

#해이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