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야, 넌 행복하니?
도로시가 떠난 뒤, 초원의 바람은 유난히 조용했어.
양철나무꾼은 심장을 얻고, 사자는 용기를 얻었지.
모두가 자신이 바랐던 걸 손에 쥐고 떠났어.
그리고 나, 허수아비는 "뇌"를 얻었어.
그게 축복인 줄 알았지.
그러나 모든 불행은 그날 이후 시작되었어.
뇌를 얻고 나서 처음 한 일은 '생각'이었어.
아주 단순한 생각이었지.
'왜 그녀는 떠났을까?'
도로시가 떠난 뒤에도, 나는 늘 허수아비였어.
지혜를 얻었지만,
몸은 여전히 짚단이었고, 심장은 비어 있었어.
생각은 많아졌는데, 채워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지.
그전엔 그냥 서 있었어.
바람 불면 흔들리고, 새들이 머리 위에 앉아 쉬어가고,
그게 전부였어.
생각이 없었으니 슬픔도 없었고, 두려움도 없었어.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게 달랐어.
나는 내 자신이 초라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양철나무꾼이 부러웠고,
사자가 웃을 때 이유를 묻고 싶었어.
그들이 떠난 뒤, 나는 오즈의 나라에 홀로 남았어.
왕좌에 앉은 허수아비.
바람 빠진 풍선 같은 왕국의 왕.
나는 매일 새벽마다 지도를 펼쳤어.
'오즈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세상의 끝엔 무엇이 있을까?'
그런 쓸모없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지.
그러다 어느 날, 나는 알게 되었지.
뇌는 단지 생각하는 기관이 아니라, 고통을 기억하는 기관이란 걸 말야.
처음엔 두통이었어.
짚 사이로 스며드는 듯한 묘한 통증.
곧 그건 목소리로 변했어.
"생각하지 마. 생각하지 마."
하지만 멈출 수 없었어.
한 번 '의심'을 배운 자는 다시 순수로 돌아갈 수 없거든.
나는 매일같이 의심했어.
오즈는 진짜 마법사였을까?
도로시는 정말 집으로 돌아갔을까?
양철나무꾼의 심장은 진짜였을까?
사자의 용기는 혹시 허상은 아니었을까?
생각은 끝이 없었고, 머릿속은 타들어가는 것 같았지.
짚이 아니라, 불길이 된 것처럼.
밤이면 내 머릿속에서
수천 개의 대화가 동시에 흘러나왔어.
"지혜를 원했잖아."
"이제 알겠지? 알면 견딜 수 없다는 걸."
나는 바늘을 찾아 머리를 꿰맸어.
생각이 흩어질까 봐, 더 꽉 묶으려고.
하지만 아무 소용 없었어.
뇌는 이미 나보다 커져 있었거든.
양철나무꾼이 한 번 찾아왔어.
그는 여전히 반짝였고,
그의 심장은 규칙적으로 뛰고 있었지.
"허수아비, 넌 행복하니?"
나는 대답하지 못했어.
생각이 너무 많으면, 대답은 불가능해져.
그건 인간들이 오랜 세월 겪어온 병이니까 다들 알겠지?
지혜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모른다는 건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큰 평화였던 걸지도 몰라.
나는 이제 다시 짚으로 돌아가고 싶어.
속이 텅 비어 있던 그때가 그리워.
그땐 웃는 이유를 몰라도 웃을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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