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진실 — 민원과 지하 셀러의 대화
벨 소리는 길었고, 대답은 짧았다.
“자리에 없습니다. 메모 남겨드릴게요.”
최초로 전화 민원을 넣은 지 열이틀째였다.
그동안 그는 휴대폰을 하루에도 수차례 들었다 놓았고,
그는 습관처럼 수화기를 들었다 내려놓았다.
시간이 지나도 구청의 회신은 오지 않았다.
대기음이 반복될수록, 그 기다림은 희망이 아니라 불안의 반복처럼 변했다.
그는 더는 ‘기다림’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날 오후, 그는 다시 도시관리국 건축과로 전화를 걸었다.
“저… 전화로 설명드리기엔 상황이 좀 복잡합니다.
공식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시겠습니까?”
잠시 정적이 흘렀다.
상대방은 퉁명스레 이메일 주소를 불러주고는 전화를 끊었다.
기계음처럼 짧고 건조했다.
그는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창문 밖으로 늦여름 비가 내릴 듯 흩뿌렸다.
그는 생각했다.
민원인의 자리는 언제나 을이었다.
더 조심해야 하고, 더 논리적이어야 하며,
심지어 억울함조차 정리된 문장으로 제출해야 했다.
그는 그 체념을 삼킨 뒤 노트북을 켰다.
메일 제목은 간결했다.
“○○오피스텔 관리비 부당청구 및 분담금액 교부 청구, 공적문서 민원 신청.”
그 아래에는 지난 1년의 기록이 정갈하게 배열됐다.
0000년 00월 관리비 과다 청구 의혹,
0000년 0월 자료 요구,
0월 구청에서 시행문 송부,
0월 관리사무소의 내용증명 세 차례 수취 거부,
엘리베이터 1·2호기에 붙인 공고문 사진,
112 신고 내역, 발송 영수증.
그 모든 것을 첨부한 뒤, 그는 한참을 망설였다.
“이제, 진실이 남았을 뿐이야.”
그리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며칠 후, 회신이 도착했다.
민원 접수 후 한 달 만이었다.
메일은 짧았다.
“자료 제출 요구 시행문을 관리사무소에 전달했습니다.
또한 민원 초기부터 민원인 요청에 따른 회신문도 송부하였습니다.”
문서의 하단엔
“자료제출 당사자: ○○오피스텔 관리인 및 관리단 집회”
라는 문장이 명확히 박혀 있었다.
아버지는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다.
“처음엔 ‘관리인 미선임’이라더니… 이제 와서 있다고?”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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