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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1부✧예의 있는 반항✧빛을 잃은 일상의 언어20화

기록으로 얻어낸 첫 과태료,그러나 끝나지 않은 아버지의 진실을 향한 노력

by bluedragonK

두 달 보름이라는 시간은 길면서도 짧았다.
그러나 아버지에게 그 시간은 유독 더디게 흘렀다.
가게 불빛은 새벽까지 꺼지지 않았고,
주방의 기름 냄새 속에는 지친 숨과 고요한 의지가 섞여 있었다.
부모님의 프랜차이즈 치킨점은 경기가 좋지 않아 인건비 부담에 쉴 틈이 없었지만,
품질만큼은 결코 타협하지 않았다.
본사 재료 외에도 부재료를 신선하게 준비하며,
성실히 하루를 쌓아가는 것이 두 사람의 신념이었다.

그런데 관리단은 그 성실함 위에 부당한 장부를 덮어씌웠다.
관리비를 과도하게 청구하고,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거부는 반복됐고, 책임은 없었다.
아버지는 그 무책임 속에서 불법의 그림자를 보았다.
누군가의 편의를 위해,
누군가의 삶이 침묵당하고 있었다.

과태료 처분은 두 달이 지나서야 내려졌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행정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밤마다 법률 조항을 공부하며
주무관의 허술한 답변을 하나하나 반박한 결과였다.
그의 책상 위에는 프라이팬과 법전이 함께 놓여 있었고,
닭이 튀겨지는 소리 사이로
프린터의 출력음이 리듬처럼 섞여 흘러나왔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하찮은 민원,
그러나 아버지에게는 한 인간의 존재를 입증하는 싸움이었다.

결과 통보서를 받아든 순간,
아버지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 종이 한 장이 너무 가벼워서,
그동안의 고통을 다 담기엔 부족했다.
그럼에도 그는 조용히 말했다.
“그래도 법은 살아 있구나.”
그 말에는 안도와 슬픔이 함께 묻어 있었다.

그러나 안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관리단은 과태료 처분 후에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전화기를 들어 항의해도,
“소장님께 말씀드리세요. 저희는 모릅니다.”
직원들의 대답은 늘 같았다.
책임은 공기처럼 흩어지고,
정의는 또다시 종이 속으로 숨어버렸다.

아버지는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이 사람들은 과태료도 관리비로 충당하면 된다고 생각하겠지…”
그의 입술 끝에서 짧은 신음 같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분노보다 더 깊은 감정,
그것은 허탈함이었다.

그날 오후, 장사 준비를 마친 가게 안.
아버지는 어머니와 마주 앉아 식탁 위에 서류를 펼쳐놓았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피로가 짙게 묻어 있었지만,
그 사이엔 포기하지 않는 습관이 있었다.

“도무지 이해가 안 돼.
과태료 처분까지 받고도 저렇게 버티는 걸 보면,
이제는 진짜 관리단의 법적 구조를 파악해야겠어.”
아버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결연했다.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맞아요. 이번엔 단단히 준비해야 해요.
그래야 다시는 휘둘리지 않죠.”

그 말이 아버지의 결심에 불을 붙였다.
그는 이미 민원인에서 연구자로 변해 있었다.
밤이면 서류를 정리하고,
낮이면 치킨을 튀겼다.
주방의 튀김기 열기 속에서도
그의 손은 법전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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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예의 있는 반항〉을 연재 중인 창작 스토리 작가입니다.일상의 언어와 사람 사이의 온도를 다루며, 한 문장이 다른 문장을 깨우는 세계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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