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규, 허상 위의 기본 찾기
민규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캔맥주를 땄다.
“칙—” 하는 소리와 함께 거품이 넘쳐흘렀고, 그는 첫 모금을 삼키며 긴 숨을 내쉬었다.
탄산이 목을 타고 내려가며 온몸이 조금 느슨해졌다.
오늘도 하루가 끝났다는 안도감이 들었지만, 그 감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거품이 잔 가장자리에서 흘러내릴 때마다 그는 자신의 지난 시간을 되짚었다.
대학을 가지 않았던 선택, 그리고 빛보다 빠르게 흘러간 스무 살의 시간들.
불빛이 켜진 간판만 보면 들어가 일을 했다.
호프집, 편의점, 주점, 클럽, 카페. 낮에는 짐을 나르고, 밤에는 잔을 닦았다.
손님이 몰리면 숨이 막힐 만큼 바빴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의 표정과 대화를 읽는 일은 이상하게 재미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첫 주문이 뭔지 감이 왔다.
그는 그 감각을 ‘장사의 언어’라 불렀다.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손끝과 시선으로 배워지는 문장 같은 것. 그 언어는 매뉴얼이 아닌 체온으로 전해졌다.
시간이 흘러 책상 앞에 앉으면 또 다른 언어가 기다리고 있었다.
“대박 나는 창업”, “월천 사장이 되는 법”, “나는 왜 장사로 배웠는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민규는 이런 책을 보면 사들였다.
처음엔 의욕에 불타 책장을 넘겼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금세 식었다.
그래도 또 비슷한 책을 사고, 읽고, 쌓았다. 그렇게 책장엔 반짝이는 제목들이 탑처럼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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