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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1부✧예의 있는 반항✧빛을 잃은 일상의 언어23화

일상의 생활 법률: 아는 것이 힘이고, 모르는 것은 약이 아니라 (독)

by bluedragonK

만약,

과다청구 관리비 고지서를 받았다면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처음엔 단순한 착오라 생각하고 관리사무소에 문의해 본다. 돌아오는 답은 알 수 없는 숫자뿐이고 입주민을 괜히 까다로운 사람으로 몰아가는 경우도 많았다. 법률을 잘 모르면 관리인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였고, 심지어는 관리인이 화를 내며 대화를 끊어버리기도 한다 그 역시 그런 상황을 겪었다. 답은 돌아오지 않고, 연락은 두절되며, 내용증명을 보내도 세 번이나 수취 거절로 반송되어 돌아왔다. 결국 남은 길은 민원 신청뿐이었다. 그는 그 길을 선택했고, 지금은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 몇 달째였다.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은 처리 기한을 분명히 정하고 있지만, 담당 공무원은 그 기간을 단 한 번도 지킨 적이 없었다. 민원은 돌려지고, 시간은 질질 끌렸다. 그는 수없이 자문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걸까?” 답은 명확했다. 고의적인 지연이었다.

혹시 괜한 싸움을 시작한 건 아닐까, 그는 순간 주저했다 예전 단층 건물에서 장사할 때는 한전 계량기에 찍힌 수치대로만 내면 됐지만, 지금은 달랐다. 오피스텔 상가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며 마주한 전기·수도 요금은 이해할 수 없는 숫자들로 가득했다. 공용 계량 체계 속에서 금액이 뒤섞여 어디서 잘못된 것인지 짚어내기조차 어려웠다. 고지서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납득되지 않는 금액들이 계속 찍혀 나왔다.

손님들의 하소연도 다르지 않았다. 퇴근길에 들른 청년이 말했다.
“사장님, 원룸 오피스텔인데 여름·겨울 냉난방만 써도 최소 10만 원은 훌쩍 넘어가요. 다른 전기, 수도, 급탕, 관리비까지 합치면 감당이 안 돼요.”

또 다른 직장인은 휴대폰을 내밀며 아파트 관리 앱(아파트 00) 게시판을 보여주었다.
“여기 보세요. 30평대 아파트에서 에어컨 두 대를 돌려도 우리보다 요금이 같거나 조금 높게 나온대요. 말이 되나요?”

그는 그 말들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답답함은 곧 자신의 답답함이었다. 치킨집 장부에 찍힌 요금이, 그들의 고지서와 겹쳐 보였다. 억울함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한전과 에너지공단, 수도사업소 자료를 찾아 오피스텔 월 전체 요금을 바탕으로 평균값을 산출하여 비교해 보았다. 결과는 분명했다. “이건 잘못됐다.” 처음엔 막연한 의심이었지만, 이제는 명확히 수치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길로 민원을 신청했다. 서툴고 두려웠지만, 억울함을 삼키는 것보다는 나았다. 수십 장의 증거를 모아 제출했고, 수차례 전화를 걸며 문을 두드렸다. 몇 달이 지나서야 어렵게 과태료 처분 몇 건을 받아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관리인은 여전히 응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교묘히 회피했다.

“이건 정말 안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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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예의 있는 반항〉을 연재 중인 창작 스토리 작가입니다.일상의 언어와 사람 사이의 온도를 다루며, 한 문장이 다른 문장을 깨우는 세계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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