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남긴 기록은, 누군가의 힘이 된다
치킨집 주방은 이미 뜨겁게 달궈져 있었다. 기름이 잔잔히 끓어오르고, 조리대 위에는 포장 상자가 줄지어 놓였다. 장사가 시작되자, 매장 앞에는 플랫폼 라이더들이 오토바이를 세우고 스마트폰을 확인하며 차례를 기다렸다.
카운터 상단 모니터에서 알림음이 잇따라 울렸다.
띠링— 주문 접수.
띠링— 픽업 준비.
재하의 아버지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치킨을 담고, 봉인 스티커를 붙였다. 주문번호가 적힌 전표를 확인하며 카운터에 올려두자, 헬멧을 벗지 않은 라이더가 들어왔다.
“0000번 주문 맞으시죠?”
“네, 여기 있습니다.”
짧은 확인만으로 봉투가 건네졌다. 라이더는 스마트폰 화면을 눌러 **‘픽업 완료’**를 누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장 매장을 빠져나갔다.
곧 또 다른 알림이 울렸다. 주방은 치킨 냄새와 알림음, 오가는 발걸음으로 쉼 없이 분주했다.
주문 알림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상자와 봉투는 쉴 새 없이 쌓였다. 그러나 한참을 달리던 흐름이 잠시 잦아들자, 매장에는 묘한 고요가 스며들었다. 기름 끓는 소리만이 여전히 바쁘게 시간을 채웠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관리규약 민원처리결과 문자였다.
「민원 처리 결과가 송부되었습니다」
그는 손을 멈추고 화면을 눌렀다. 곧 이메일이 열렸다.
“귀하께서 제기한 관리규약 민원 사항은 관리인 측과 주장이 서로 상충되어, 과태료 부과 처분은 어렵습니다.”
짧고 단호한 문장이었다.
그는 숨을 고르며 출력 버튼을 눌렀다. 종이가 프린터에서 뽑혀 나오는 동안, 마음속에서는 오래전부터 준비된 문장이 떠올랐다.
설마 했지만, 역시 이렇게 오는구나 법대로라면 과태료 처분은 당연한데.
그는 책상에 앉아 증거 서류 뭉치를 펼쳐 두었다.
엘리베이터 1·2호기 공고문 사진, 내용증명 반송 봉투, 집합건물법 발췌문, 그리고 지난번에 구청이 아버지의 민원으로 관리인에게 보냈던 시행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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