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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2부✧예의 있는 반항✧빛을 잃은 일상의 언어26화

세 번의 사이렌, 구청 자정능력이 답할 차례

by bluedragonK

재하는 오늘, philosophy(필로소피)의 휴무를 어렵게 평일로 조정했다.

평소라면 낮 시간은 치밀하게 짜인 개인 일정과 업무 계획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는 그 시간을 통해 스스로를 단련하곤 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달랐다. 아버지의 관리비 민원은 구청과 연결할 수 있는 낮 시간에만 풀 수 있는 문제였고, 그 무게가 마음속에서 점점 더 크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결국 그는 계획된 하루를 과감히 비워냈다. 배움과 일정을 미루더라도 지금 이 순간 함께해야 할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앞섰다.


오후, 재하는 치킨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 단순히 일을 돕는 차원이 아니라, 아버지가 홀로 감당해야 했던 긴장과 짐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였다.

점심 장사가 끝난 가게 안은 숨을 고르듯 고요에 잠겼다.

방금 전까지 요란하게 끓어오르던 기름은 이제 열기를 식히며 표면에 옅은 물결만 남겨 두었고, 그 잔잔한 흔적은 서서히 흩어져 사라졌다.

“아버지, 고충민원 자료는 다 정리된 거 맞죠?”
재하가 조심스레 물었다.

아버지는 두툼한 서류철을 손바닥으로 툭툭 두드리며 대답했다.
“응, 다 정리했다. 수취거절된 내용증명 세 통, 엘리베이터 1·2호기 게시물 사진, 집합건물법 위반 법조문, 그리고 과거 구청에서 직접 보낸 시행문까지… 전부 묶어서 감사과에 제출했다. 접수 확인도 받았고.”

어머니가 따뜻한 차를 식탁 위에 내려놓으며 덧붙였다.
“이제 전화만 남았네요. 우리가 보낸 걸 제대로 보고 있는지, 확인이라도 해야죠.”

재하는 메모지를 펼치며 말했다.
“순서를 정하죠. 첫 번째는 건축과장, 두 번째는 감사팀장, 마지막은 감사담당관. 세 사람 모두 알게 만들어야 해요. 그래야 나중에 발뺌 못 하죠. 사이렌은 크게 울려야 하니까.”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좋다. 그럼 시작해 보자.”


첫 번째 통화 — 건축과장

세 번의 신호음이 지나고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건축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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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예의 있는 반항〉을 연재 중인 창작 스토리 작가입니다.일상의 언어와 사람 사이의 온도를 다루며, 한 문장이 다른 문장을 깨우는 세계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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