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파티
어머니가 조심스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당신.”
그 한 음절이 방 안의 공기를 바꾸었다.
재하는 문 옆, 메뉴판 그림자에 몸을 붙였다.
‘마늘/매운맛’이라 적힌 글자가 희미한 불빛 속에서도 익숙하게 보였다.
기름 냄새와 불 꺼진 주방의 냉기가 뒤섞인 공기 속에서, 그는 숨을 죽였다.
어머니는 조용히 걸음을 옮겨 남편 곁에 앉았다.
손수건을 펼쳤지만 눈가를 닦지 않았다. 대신 아버지의 손등을 천천히 눌렀다.
“괜찮아.”
말은 두 글자였지만, 오래 걸렸다.
아버지는 고개를 숙였다. 손등 위로 손수건의 작은 자수가 닿았다.
어머니가 한때 배워놓고 잊어버렸던 꽃무늬였다.
그 모양들이 이렇게 쓸모 있을 줄, 그 누구도 몰랐다.
재하는 더 이상 서 있으면, 바라보는 게 아니라 훔쳐보는 기분이 들 것 같았다.
그는 살짝 몸을 돌려 골목 모퉁이를 빠져나갔다.
편의점 문이 열리며 맑은 종소리가 울렸다.
에어컨의 찬 바람이 뜨거운 눈꺼풀을 식혔다.
그는 무심히 캔맥주 몇 개, 소주 두 병, 얼음컵, 과자 두 봉지, 물티슈를 집었다.
비닐 손잡이가 손가락을 파고드는 감촉이 오히려 마음을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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