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깨어나는 새벽
새벽 두 시.
필로소피 라운지의 불빛은 거의 모두 꺼져 있었다.
잔을 정리하던 서연의 손끝에서 잔향이 퍼졌고, 유리창에 비친 도심의 불빛이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녀는 커튼을 천천히 내리며 마지막 프라이빗 룸의 온도를 확인했다.
오늘 하루 중 가장 많은 대화가 오갔던 공간, 그리고 이제 곧 가장 조용한 진심이 남을 자리.
그녀는 손목시계를 보았다.
“곧 오시겠지.”
오늘 밤, 이 자리는 단순한 자리가 아니었다.
몇 해 전부터 그는 좋은 사람들을 찾고 있었다.
말보다 생각이 앞서는 40대 후반의 남자, 한때 필로소피를 찾았다가 조용히 떠났던 사람.
지금은 ‘빛을 잃은 일상의 언어’를 다시 세우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 철학자였다.
그리고 오늘, 그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그는 지난 시간 동안 여러 사람을 만나며 ‘말의 힘’을 믿는 이들을 찾아 헤맸다.
서연 점장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자주 말했다.
“좋은 공간은 좋은 사람이 만든다.”
이번엔 그 공간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찾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서연이 추천한 세 사람 — 재하, 민규, 성우.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는 잠시 웃으며 말했다.
“이제 그 사람들을 직접 봐야겠군요.”
문이 열렸다.
“선배님, 오랜만입니다.”
서연이 말했다.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퇴근 후에도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연이 잔을 정리하며 웃었다.
“오늘은 그럴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잔을 내려놓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오늘은 언어가 숨 쉬는 밤으로 합시다.”
잠시 후, 문이 두 번 두드려졌다.
성우가 먼저 들어왔고, 뒤이어 재하와 민규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서연은 그들을 맞이하며 잔을 세 개 더 놓았다.
“오늘은 업무 얘기 아닙니다.”
서연이 먼저 말했다.
“그냥, 조용히 말이 숨을 쉬는 자리예요.”
그는 잔을 들며 그들을 둘러보았다.
“1년 전부터 이런 자리를 준비해 왔습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였죠.
서연 점장이 여러 사람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그중 세 분이 유독 기억에 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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