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호빵맨'
지난 금요일, 또 그를 만나고 말았다.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그와는 될 수 있으면 안 만나는 게 좋은데, 참 곤란한 일이다. 남편에게도 미안하다. 내가 부르면 그는 바로 달려와 나를 도와준다. 거기다 친구들까지 데리고 온다. 만날 때마다 든든한 마음이 배로 커진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는 이를 ‘히어로’라고 부른다면, 그들은 틀림없이 나의 히어로다.
이번에도 저녁 6시쯤 도움을 요청했다. 먼저 친구인 식빵맨이 도착했고, 잠시 후 나의 히어로인 호빵맨, 그가 왔다. 물론 카레빵맨도. 특별히 이번엔 레커맨과 경찰까지 왔다.
먼저,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내가 차를 몰고 T자형 교차로의 우선도로를 따라 천천히 좌회전하려던 순간(일본은 운전석이 오른쪽이다), 오른쪽에서 검은 차가 갑자기 나타났다. 정신 차리고 보니 이미 오른쪽 범퍼 쪽에서 긁히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내 입에서는 “또야?”라는 소리가 저절로 새어 나왔다. 한숨과 함께 온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차를 도로변에 세우고 서로의 안전과 차 상태를 확인한 뒤, 각자 여기저기 연락하기 시작했다.
올해만 세 번째라 나의 대응도 제법 능숙했다. 이것도 ‘성장’이라며 스스로를 기특해해도 될는지…. 상대방은 나보다 연배 높은 여성 운전자였는데 크게 당황스러워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보험사에 사고 설명을 하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그녀의 호빵맨은 날아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홀로 고군분투하는 그녀와 달리, 내 주위에는 과장이다 싶을 만큼 건장한 히어로들이 모여 있었다.
잠시 후 경찰도 도착해,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세요”라고 한 마디 던진 후 상황을 파악했다. 일본에서는 사고가 나면 제일 먼저 각자가 가입한 보험사에 연락하고, 당사자 중 하나가 경찰에 신고한다. 인명 사고를 동반한 경우에는 인명 구조를 우선으로 실시하고, 119에 전화해 구급차를 요청한다. 사고와 관련된 처리는 보험사끼리 진행하므로 운전자는 추후 연락 사항 등을 위해 서로의 연락처와 주소를 교환한다. 나처럼 보험사 직원이 현장에 오는 경우도 있고, 인터넷으로 가입한 보험의 경우 등 전화로만 처리되는 경우도 있다.
경찰이 내 차의 헤드라이트를 감싸고 있는 틀이 살짝 벌어져 2차 사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호빵맨은 즉각 레커맨을 불렀다. 대차는 호빵맨이 계약한 렌터카 회사에서 가져온다고 했다. 또 사람이 늘어났다. 내 차는 수리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 공장에 들어가게 되었다.
지난 4개월 동안 세 번이나 사고를 당했다. 이번이 그 세 번째 사고.
첫 번째는 4개월 전, 주차장에 세워둔 내 차를 오른쪽 차량이 무리하게 출차 줄에 끼어 들려다가 이번과 똑같이 내 차의 오른쪽 범퍼를 긁은 경우였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딱이었다. 상대는 서두른 듯했지만, 결국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이때도 ‘팀 호빵맨’이 즉시 달려와 수월하게 끝났다. 상대 과실 백 퍼센트. 내가 차에 타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이런 경우 그냥 가버려도 모를 일이었는데, 내가 없었다면 그 운전자는 과연 어떻게 했을지 참 궁금하다.
두 번째는 대차를 받은 지 2주쯤 지났을 때였다. 이번엔 내가 일을 냈다. 신호 대기 중 앞차를 살짝 들이받았다. 브레이크 감이 내 차와 달라 브레이크 페달을 덜 밟았던 모양이다. 전방 주시 태만도 있었을 것이다. 그때도 호빵맨은 동료들과 함께 달려와, 대차가 가입한 보험으로 처리해 내가 한 푼도 내지 않도록 렌터카 회사의 카레빵맨과 얘기해 주었고, 조금 상처를 입은 대차의 범퍼도 눈 감아 주었다. 내 히어로는 이렇게 유능하다. 믿음직하고, 멋지다.
나의 히어로, 호빵맨의 이름은 다카미야 씨다. 보험대리점의 젊은 사장님. 외모는 ‘까까머리’에 탄탄한 체격이라 유도 선수이거나 미식축구 선수가 떠오른다. 물어본 적은 없지만, 틀림없이 운동부 출신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식빵맨인 무라카미 씨는 최근 내 담당이 되었다. 키만 조금 작은 다카미야 버전이라고나 할까. 카레빵맨은 대차를 가져다주시는 렌터카 사장님. 이런 사람들이 3, 4명쯤 사고 현장에 나타나니, 마치 전쟁터에 나가더라도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그만큼 든든하다. 참, 그리고 늘 남편도 나타나 호빵맨에게 사과와 감사의 말을 전한다.
일본에서의 첫 사고 때는, 눈 내리던 겨울의 추위 때문인지 불안 때문인지 몸과 이가 덜덜 떨렸었다. 그때도 내 히어로가 금세 날아와 깔끔하게 처리해 주었다. 자기가 다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위로까지 해줬다.
하지만, 아무리 그가 믿음직하고 멋지더라도, 역시 그와는 만나지 않는 게 좋다.
“만날 때마다 반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