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악몽

17화 : 잡히지 않는 별

by 이지아

어둠 속, 진희의 손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손가락 마디마다 힘이 잔뜩 들어가 굳어 있었다.
펴려고 해도, 손바닥은 마치 딱딱하게 굳은 흙덩이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왜 안 펴져...'
숨이 가빠졌다.
손 안쪽에서 은빛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아주 작고 미세하게, 그러나 분명히 살아 있는 듯 깜빡였다.

진희는 안간힘을 써서 손가락을 하나씩 펼쳤다.
먼저 새끼손가락, 그다음 넷째 손가락…
마지막으로 엄지를 열자, 거기 있었다.

손바닥 위에, 별 하나.
조그맣고, 빛을 품은 채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숨을 쉬는 듯한 그 떨림은 꼭, 그날 품에 안았던 아기의 체온 같았다.

"아..."
숨소리가 새어나왔다.
그 작은 빛을 잃을까봐, 진희는 손바닥을 움푹 말아쥐었다.
한 걸음만 움직여도, 별이 부서질 것 같았다.
그래서 발끝 하나 옮기지 못했다.


삐—삐—삐—

귀를 찢는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새벽 6시.
천장에 걸린 시계 초침이 분침을 밀어내며 달그락거렸다.

진희는 헛숨을 몰아쉬며 이마를 훑었다.
손바닥이 축축했다.
아까 꿈속에서 놓쳤던 별이, 아직도 손 안에 있는 것만 같았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이지아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알콜중독인 엄마와의 관계에서 벗어나, 나를 알아가는 중입니다. ziansoop@gmail.com

2,002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26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6화난임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