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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없는 사랑

13화:남겨진 소녀

by 이지아

준영이 떠난 자리는 텅 비어있었다.

그 빈자리를 채운건... 갑작스레 찾아온 현실의 무게였다.


현주는 요즘 자꾸만 휴대폰만 붙잡고 있었다.
몇 번을 눌렀다 지우기를 반복하는 메시지창.
‘어디야?’라는 세 글자가 화면에 떴다가, 곧바로 삭제되곤 했다.

예전 같으면 굳이 묻지 않아도 알았다. 준영은 언제나 학교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하굣길에 손을 잡아주었다. 지나가는 애들이 놀려도, 준영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그게 현주가 준영을 좋아한 이유였다.


그런데 요즘은 달랐다.
학교 앞에선 준영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심지어 SNS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아, 진짜 뭐야…”

현주는 혼잣말을 내뱉으며 책상을 두드렸다.
마음이 괜히 서운하고, 괜히 화가 났다.

현주는 가만히 기다리는 타입이 아니었다. 스스로 움직여야 직성이 풀렸다.


결국 손가락이 준영의 번호를 눌렀다.
“야, 이준영. 오늘 학원 마치면 만나. 내가 갈게. 이따 보자.”
최후통첩처럼 내뱉은 말이었다.


그날 하루는 이상하게 더디게 흘렀다.
수업 시간에 칠판에 쓰인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공모전 준비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자꾸 불길한 예감이 꿈틀거렸다.


해가 지고, 가로등 불빛이 켜질 무렵.
현주의 휴대폰이 진동을 울리며 테이블 위에서 구르듯 흔들렸다.
-따르르릉.

현주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화면에는 ‘이준영’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숨을 몰아쉬며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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