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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참여수업

26화 : 사랑만으로 부족하다

by 이지아

아침 햇살이 흐릿하게 흘러내린 창문 너머로, 남자의 등이 보였다. 좁은 원룸 안, 작은 거울 앞에 남자와 귀여운 여자아이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남자는 고무줄을 입에 물고 아이의 머리카락을 두 손으로 모았다. 몇 번이고 빗질을 다시 했지만, 매번 삐뚤게 갈라졌다.

창문 밖, 별님이와 노을이는 그 모습을 오래 지켜봤다. 닫힌 창문에 맺힌 아침빛 사이로, 방 안의 고요한 숨소리까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새벽 5시 30분.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방에 알람 소리가 울렸다.

그는 침대에서 미끄러지듯 일어났다.

부엌으로 향하며 습관처럼 손을 뻗어 벽에 걸린 달력을 훑었다.

빨간 펜으로 동그라미 쳐진 '부모 참여 수업' 글자가 서늘하게 박혔다. 오늘은 그날이었다.


“아빠… 이거 아니야.”

식탁에 앉은 유림이가 풀린 머리끈을 만지작거렸다.

어설프게 묶인 앞머리가 삐죽 솟아 있었고, 한쪽으로 몰린 묶음은 금세라도 풀어질 듯 위태로웠다.

그는 답지 않게 능숙하게 손을 움직였다.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를 내려 노력했다.

“유림아, 아빠가 어제 유튜브 보고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 줄 알아? 오늘은 그냥 이걸로… 응?”

아이의 눈빛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유림이의 작은 거울 속에는, 엄마가 묶어주던 단정하고 예쁜 머리만 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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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중독인 엄마와의 관계에서 벗어나, 나를 알아가는 중입니다. zianso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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