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완벽한 부모는 없다

28화 : 삶의 무게 그리고 기적

by 이지아

유림 아빠는 구급대원의 부축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뼈가 부러진 건 아니었다.

팔과 손목을 대충 소독하고, 간단한 고정을 받는 것으로 치료는 끝났다.

“큰 이상은 없으시네요. 그래도 감염 안되게 소독받으러 매일 오세요"


의사의 말은 건조했지만, 그의 표정은 무겁기만 했다.

손목 위로 감긴 붕대가, 하루치 노동보다 더 무겁게 내려앉았다.


별님과 노을이는 병원 복도 끝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행이야… 많이 안 다쳐서...” 별님이가 작게 안도하듯 말했다.


그러나 노을이는 고개를 저었다.
“이게 끝이 아니야... 저 사람한텐 또 다른 걱정이 시작되는 거야"

"왜? 많이 안 다쳤으니 이제 유림이한테 가면 되잖아..."별님이가 물었다.


노을이는 오토바이 잔해가 담긴 사진을 찍는 경찰과,

걱정스럽게 통화하는 남자의 뒷모습을 번갈아 떠올리며 낮게 말했다.
“몸은 괜찮을지 몰라도, 삶은 더 무거워져. 오토바이 수리비, 치료비…

하루만 일 못 해도 그게 전부 짐이 되는 거야. 집으로 돌아가도, 마음은 못 돌아가.”


별님이는 그 말을 들으며 어린이집 부모참여수업을 떠올렸다.

‘저 아저씨도, 유림이랑 같이 있고 싶지만, 결국 저 무게 때문에 못 가는 거구나.’

별님이의 가슴 한구석이 서늘하게 식어갔다.


'이 세상에 완벽한 부모란 없구나. 그저 그 무게를 버티는 어른일 뿐이구나...'


병원의 응급실 주차장은 깊은 밤처럼 고요했다.
형광등 불빛 아래, 검은 상주복을 입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때였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이지아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알콜중독인 엄마와의 관계에서 벗어나, 나를 알아가는 중입니다. ziansoop@gmail.com

2,002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26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27화삶과 죽음의 경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