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 현주아빠의 교통사고
거실은 오랜만에 고요했다. 술 냄새 대신 된장국 향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성태는 헐겁게 묶인 앞치마를 벗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오늘은 아빠가 저녁 했어. 얼른 와서 먹어라.”
현주는 가방을 내려놓지도 않은 채, 신발을 벗다 말고 그를 흘깃 쳐다봤다. 숟가락이 가지런히 놓인 식탁이 낯설게 보였다. 아빠가 술잔 대신 국그릇을 앞에 두고 있는 모습은 더 낯설었다.
“싫어. 배 안 고파.”
짧은 대답이었지만, 성태는 괜찮다는 듯 웃었다. 그러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다.
“현주야, 아빠가... 미안하다. 이제 다시는 안 그런다.”
“......”
“그러니까 아빠 좀 봐줘라. 응?”
현주는 고개를 숙였다. 마음 어딘가가 흔들렸지만, 오래 쌓인 그림자는 쉽게 걷히지 않았다.
아빠가 다가오자, 뒷걸음질 쳤다.
“아빠랑… 살기 싫어.”
성태는 잠시 말을 잃었다. 방금 전까지 따뜻하던 국물의 김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
현주는 입술을 깨물며, 더 깊이 찔러버렸다.
“엄마한테 보내줘. 제발. 아빠랑은 못 살겠어.”
그 말은 칼처럼 성태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는 대답 대신 웃으려 했지만, 입술이 떨려 웃음도 되지 않았다. 잠시 멍하니 서 있다, 조용히 외투를 집어 들었다.
“알았다. 알았어…”
목소리는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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