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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l 26. 2017

유부남인 나는 욜로(YOLO)가 될 수 없는가?

알고 보면 누구나 욜로다.

네 인생은 오직 한 번뿐이다!
You Only Live Once
= YOLO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센스는 정말 대단하다. 

이것이 세대를 구분 짓는 역할까지 하는 걸 보면, 어느 누군가는 타임머신을 타고 세대를 앞서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물론, 영어권 나라에서 이 문장 자체는 있어왔다. 그러다 2011년 Drake라는 래퍼의 "The Motto"에서 YOLO라는 줄임말이 가사로 쓰여 더 알려지게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노래가 나온 시점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저성장, 저금리 시대와 맞물린다는 점이다. 즉, 불안한 미래에 투자하기보다는 현재에 집중하자는 경향이 강해진 이유다. 예전에 '낭만'을 외치던 7080 어르신 세대와는 다른 것이다. 지금 저축하고 아끼면 언젠간 잘 살게 될 거란 믿음이 통하던 시대. 어려움이 있지만, 그 열매는 충분히 따먹을 수 있었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욜로 하면 떠오르는 것들


완전히 정착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어느새 우리는 '욜로'라는 단어와 동고동락하고 있다. 그 일등공신은 물론 미디어다. TV든 지면이든, SNS든 간에 욜로라는 말은 공기 중에 떠다니듯 만연하고 젊은이의 대부분은 그 말에 동조하고 스스로를 욜로라 자처한다. 그래서 '욜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젊은 사람들, 퇴사하고 여행 다니는 사람들, 미래를 위한 저축보다는 지금을 즐기기 위해 값비싼 프라모델을 사모으거나 정해지지 않은 길을 걷는 사람들을 모두 아우른다.

욜로라는 말은 긍정과 부정의 의미를 모두 내포한다. 그 뜻 자체가 그렇다기보다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자세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인생 한 번뿐인데, 막 나가보자"란 사람과 "인생 한 번뿐이니 내가 원하는 것을 해보자, 현실에 만족하자"란 양갈래다. 이미, 외국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에도 SNS에 무모한 사진을 올려놓고, "#YOLOSWAG"이라는 말로 자조하거나 조소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떨 때 보면 '욜로'는 '쾌락주의'와 닮아 보이기도 한다. 쾌락이 인생의 목적이며 최고의 선이라 하여,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는 것을 도덕 원리로 삼는 윤리성이 바로 쾌락주의다. '쾌락'이라는 말 때문에 당장 거부감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쾌락'은 곧 '순간', 즉 '현재'의 즐거움을 지향한다고 보면 욜로와 그리 다르지도 않다. 다시, '쾌락'의 사전적 의미가 '감성의 만족이나 욕망의 충족에서 오는 유쾌한 감정'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보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유부남인 나는 욜로족이 될 수 없는 걸까?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 만연한 '욜로'라는 단어를 보면서, 유부남인 나는 욜로족이 될 수 없는 걸까? 우선, 나 스스로는 젊다고 생각하지만 어느새 나이가 많이 들어, 각종 매체에 욜로족이라고 인터뷰하는 사람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미 X세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어서 그 차이가 더 커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나는 결혼했다. 욜로족이라면, 가족이나 자녀 계획보다는 자신에게 더 투자해야 한다. 실제로, 나는 스스로에 대한 계획과 걱정은 물론 가정을 꾸려나가야 하는 책임과 아이들의 미래를 열어줘야 한다는 걱정이 있다. 차도 젊었을 때 몰았던 스포티한 것에서, 공간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어느새 바뀌어 있다. 

미래를 걱정하는 주제에 욜로족이 될 수 있냐, 없냐는 질문을 하다니... 스스로 반문이 들 정도다. 하지만, 나는 욜로족이 될 수 있고 없고의 문제에 대해 투정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욜로족이 추구하는 '현재'의 행복에 관심이 큰 것이다. 아이가 있는 유부남, 미래에 대한 걱정이 큰 나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현재'의 소중함을 알고 그것을 알차게 꾸려가길 원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놀아줘야 하는 시간도 있지만, 혼자 있는 시간도 만들려고 노력하고, '글쓰기'란 스스로의 세계에 집중하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선택하고 꾸린 가정을 위한 미래에 대한 염려와 대비는, 결국 지금 이 순간 '행복'을 느끼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You Only Live Once"에서 'You'는 인칭 대명사다. 즉, 어느 한 집단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생은 (이번 생애에 한해) 한 번뿐이다. 스스로의 행복을 추구하는 건, 모든 사람에게 있어 동일하단 이야기다.


결국 '현재'다!


신은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현재'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점에 가보면 '현재'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책이 넘쳐난다. 'present'라는 단어가 '현재'를 뜻하면서 '선물'이라는 뜻도 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까르페 디엠(Carpe diem)은 욜로보다 더 잘 알려져 있다. '현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자꾸 잊어가고 있고, '현재'에 대한 중요성은 이렇게 변주되어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욜로' 또한 '현재'에 대한 소중함을 잊지 말라는 또 다른 변주로 들리는 이유다. 내게는.

'현재'에 집중하다 보면 '미래'가 보일 수 있다는 것. 미리 불행할 필요 없다는 것. 그리고 오늘 내가 얼마나 하루를 만족했는지, 매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는지 돌아보는 것이 바로 '욜로'의 진정한 가치다. 인생 한 번뿐이니 대책 없이 지르자거나, 충분히 고민해야 하는 문제들 앞에서 도피성으로 '욜로'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진정한 '욜로'가 아니다. 

그러니, 전자에 설명한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사는 모든 사람을 나는 '욜로'라 부르고 싶다. 그 안에 유부남인 나를 슬쩍 껴 놓고 싶어 하는 말이 아니다. 사실, 이름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다만, 나는 '현재'를 자유자재로 즐길 수 있는 연금술사가 되고 싶은 것이다.




'견디는 힘' (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선택!)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려지지 않은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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