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은 긴 머리를 고수하던 시절, 처음으로 짧게 잘랐던 순간이었다.
머리카락 자름! 싹둑! - 20190107
한참은 긴 머리를 고수하던 시절, 처음으로 짧게 잘랐던 순간이었다. 지금이야 여름을 앞두고 피부에 달라붙는 머리카락이 싫어서 종종 자르지만, 어렸을 때는 정말 싫어했다. 끝부분이 갈라져 아주 조금 다듬는 것도 꺼려했었다. 지금까지 길러온 내 머리카락이 소중했고 자르면 다시 길어지지 않을 것만 같아 무서워했다.
저 순간, 자르겠다 마음먹었던 계기는 지극히 평범했다. 갑작스러운 스타일의 변화에 사람들은 무슨 일이 생겼나 궁금해하는 듯한 상황이 자주 연출되는데, 나 또한 무슨 일이 생겼었기에 자르고자 마음먹었다. 꽤나 심각하게 고민하던 문제가 있었고, 그에 따라 심란한 마음상태가 며칠간 이어졌었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정확히 무엇 때문에 그랬었는지 잊혔다는 것이다. 누군가와의 갈등이었는지, 혹은 나 혼자만의 두려움이었는지는 모르겠다만 이렇게 완전히 잊은 걸 보니 별일 아니었겠거니 짐작할 뿐이다.
머리를 자르겠다 마음을 먹으니 스스로 자르고 싶다는 생각이 생겼다. 간단한 미용도구가 집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엄마의 도움을 받아 준비를 마치고 거울 앞에서 머리카락을 잘랐다. 한 가닥의 가는 굵기와 달리 하나로 묶인 머리카락은 쉽게 잘리지 않았다. 여러 번의 가위질을 통해 잘라내는 느낌은 생소했다. 혹여나 이상하게 자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과 함께 자르고 난 후에는 무척이나 개운했다. 말 그대로 머리가 가벼워졌다. 머리카락의 무게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생각보다 무거웠던 듯하다.
단발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들기도 했다. 새로워서 즐거웠다. 머리를 묶지 않아도 끝이 보이는 게 신기했고, 옆머리의 스타일링에 따라 얼굴이 다르게 보이는 게 재밌었다. 머리를 자르겠다 마음먹은 이유는 이미 잊은 채, 잘린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기에 바빴다. 확실한 기분전환이 되었다.
이번에도 몇 년간 기른 머리카락을 잘랐다. 살아온 이래 가장 짧게 잘랐다. 저 때와 마찬가지로 직접 잘랐고, 자르는 행위도, 자른 이후의 내 모습도 마음에 들었다. 목에 닿는 머리카락 끝의 감촉에 기분이 좋고, 아침이면 삐쭉하게 뻗는 모습이 즐겁다. 어차피 몇 달이면 다시 길어질 테고, 어느 정도의 길이에선 더 자라지도 않는다는 것을 아는 지금은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이 무섭지 않다. 오히려 눈 깜짝할 새 길어지는 머리카락에 아쉬울 뿐이다. 그래도 변화를 좋아하는 나로서 하루하루 길어지는 머리카락은 하나의 재미가 된다.
커다란 고민은 언젠가 잊혀지고, 잘랐던 머리는 다시금 길어진다. 사는 동안 변하지 않을 몇 가지 규칙들을 하나둘씩 알아간다. 시간과 함께라면 두려울 게 없는 지금의 나에게, 지금 갖는 두려움 또한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으며 살아간다. 모든 게 다 익숙해질 날은 오지 않겠지만, 어설픔을 통한 새로움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분명 묶이지 않게끔 잘랐던 머리카락이 벌써 절반은 묶이는 것처럼, 인식하지 못하는 동안 지나간 시간들을 추억할 무언가의 존재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