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비는 흔하고도 당연하지만, 겨울날의 비는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
겨울인데 비가 넘무 많이와.
어제두 오고, 오늘도 오고, 지금도 오고.
나는 비도 좋지만, 눈도 좋아.
눈이 내렸으면 좋겠어!
- 20200107
여름날의 비는 흔하고도 당연하지만, 겨울날의 비는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 겨울에는 눈만이 존재해야 할 것만 같다. 비야 여름과 겨울 두 곳 모두에 존재할 수 있지만, 눈은 그렇지 않으니까. 겨울, 그중에서도 추운 몇 날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눈은 그게 얼마만큼을 존재했든 간에 한 계절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남았다.
날씨의 변화가 좋다. 자연이 내놓는 불규칙한 현상들이 즐겁다. 흘러가는 구름의 형태를 바라보는 것도 좋고, 내리는 비에 닿는 우산의 연주 소리도 좋다. 떠다니는 눈의 결정들을 잡아보는 것도, 새하얀 천에 뒤덮인 듯 보이는 겨울의 풍경도 좋다. 물론 그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건 눈이다. 한 계절에 갇힌 그 희소성과 순백색을 그리는 신기함이 좋다. 아주 작은 형태의 아름다움과 마치 찰흙처럼 다룰 수 있는 것도 즐겁다.
여름의 더위에 겨울을 그리워하고 겨울의 추위에 여름을 원한다는 말과 달리 나는 항상 겨울을 바랐다. 추위와 눈사람과 목도리를 떠올렸다. 오히려 무더운 계절의 한가운데에서 겨울은 아직 멀게만 느껴지기에 생각을 덜 하려 한다. 다만 겨울의 중심에선 더 추운 겨울, 즉 눈이 내리는 겨울을 그렸다. 겨울이 그리운 이유는 그 하얀 풍경과 시린 냄새, 꽁꽁 싸매어 둔해진 감각에 있다. 앙상한 나뭇가지에도 일종의 감성을 부여하고, 입 밖의 하얀 입김마저 사랑하게 된다. 겨울은 그런 계절이다.
눈을 그리워하는 그 순간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횡단보도 위의 우산들을 그렸다. 눈이 오든 비가 오든 우산은 필요하다. 하다못해 뜨거운 햇볕에도 양산이 쓰인다. 우산의 생김새는 각양각색이기에 사람의 취향을 대표하기도 한다. 특히 위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은 아름답다. 영화나 만화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최근 비가 많이 오던 날, 수많은 우산을 지나쳤지만 그 모습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5년의 시간 동안 너무나 익숙해진 걸까. 일상의 아름다움들이 익숙함에 묻어진다면, 나는 익숙해지고 싶지 않다. 모든 걸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싶다.
결국은 다른 시간에 존재했던 두 명의 나 모두 겨울의 눈을 그리워하고 있다. 눈이 내렸으면 좋겠어. 다만 지금은 눈이 내리면 안 되는 상황이니까 눈이 내릴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기에 매 순간이 소중하다. 하지만 그중 더 바라는 순간들이 있다. 딱히 간절히 바란다고 이루어질 소원은 아니기에 가볍게 생각해 본다. 이번 여름을 잘 보낼 수 있기를, 그리고 이번 겨울이 더 아름답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