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밤이 전하는 이야기

영국의 밤

by HL

영국의 밤은 너무 이르다.

네 시를 넘기면 빛은 서둘러 물러나고, 하루는 끝맺음도 없이 어둠 속으로 접힌다. 아직 낮에게 할 말이 남아 있는 것 같은데, 밤은 늘 먼저 와서 모든 걸 덮어버린다.


싫다고 말해도 밤은 멈추지 않는다.

계절은 나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제 길을 가고, 나는 그 흐름 안에서 조용히 서 있을 뿐이다. 바꿀 수 없는 것 앞에서는 저항은 의미 없다.


그저 어둠이 내려앉는 동안, 천천히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게 된다.어둠 속에 드러나는 작은 빛들이 눈길을 붙잡는다. 별이 떠 있는 하늘을 바라본다.


말없이 떠 있는 빛들, 닿을 수 없어서 더 오래 바라보게 되는 것들. 밤이 길어질수록 별은 더 많은 시간을 내어주고, 어둠은 빼앗아 가는 것이 아니라, 보여 주기 위해 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연말의 불빛들도 밤 속에서 조용히 빛난다.

창가마다 걸린 조명, 거리 위를 따라 이어진 전구들, 따뜻한 노란빛과 반짝이는 흰빛이 섞여 겨울 밤을 살짝 밝힌다. 낮이 짧아졌더라도, 이런 빛들은 마음을 채우며 또 다른 풍경을 만든다.


어둠 속에서 고개를 든다.

어둠속 별과 불빛 사이, 아직 남아 있는 빛이 천천히 마음을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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