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린 왕자와 어린 장미, 그리고 여우

관계를 만들기에는 우리는 너무 어렸다.

by 구름파도
츨처-애지중지(네이버 블로그)

오늘의 동화는 '어린 왕자'입니다. 제가 제일 존경하는 작가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가 쓴 동화이자, 동심 그 자체를 상징하는 동화이며, 지금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 동화입니다. 이 동화는 제 인생의 한 페이지를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저에게 소중한 동화입니다.


어린 시절에 읽었을 때는 그저 재미나기만 한 동화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읽는 순간순간마다 이 책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조금씩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죠. 어린 왕자는 읽는 순간순간마다 의미가 달라진다고. 저는 오늘 이 책이 담은 의미 중 하나인 어린 왕자와 장미의 관계에 대해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어린 왕자의 삶은 단조로웠습니다. 매일 화산을 청소하고, 바오바브나무의 싹을 뽑고, 슬픈 날이면 해돋이를 보는 늘 똑같은 일상. 그런 어린 왕자의 일상에 한 가지 변화가 찾아옵니다. 어디서 날아들어왔는지 모를 씨앗하나가 아름다운 장미를 피워낸 것입니다. 이 작은 기적은 어린 왕자의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하지만 어린 왕자는 곧 장미에게 질려버립니다. 겸손하지 못하고 허영심 많은 말을 하는 장미는 어린 왕자의 마음을 불행하게 만들었습니다. 장미는 어린 왕자의 별을 말없이 향기롭게 만들어주었고, 허영심 많은 말을 하긴 했어도 그 이야기가 어린 왕자의 마음을 즐겁게 만들어줄 수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어린 왕자는 장미를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린 왕자는 너무 어렸고 장미가 주는 사랑을 볼 수 없었습니다.


장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린 왕자에게 다정한 말로 그의 마음을 밝게 만들어줄 수 있었습니다. 어린 왕자를 귀찮게 하지 않고 진심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장미는 너무 어렸습니다. 장미는 어린 왕자를 사랑했지만 그것을 표현하지 않았고 끝끝내 어린 왕자가 별을 떠나는 날 그것을 후회합니다.


내가 바보였어. 그래. 난 너를 사랑해. 넌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어. 내 잘못이지. 하지만 너도 나만큼 바보였어. 부디 행복하게 지내

어린 왕자는 별을 떠나 지구에 당도합니다. 그리고 지구에서 자신이 키운 꽃이 장미라는 것을 알게 되고 흔하디 흔한 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는 슬픔에 잠깁니다. 그랳게 펑펑 울던 중 여우와 만나게 됩니다.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관계의 소중함을 깨우쳐 줍니다.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관계를 맺는 관례를 알려줍니다. 그에게 관계를 맺기를 간곡히 청하면서요. 어린 왕자와 관계를 맺는다면 노란 밀밭을 보고 늘 어린 왕자를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그렇게 어린 왕자는 많은 사람들이 잊어버린 관계에 대한 관례를 배워나갑니다. 오핸 시간을 들여 여우를 길들이면서요. 어린 왕자는 여우와 관계를 맺으면서 장미와의 관계를 차근차근 깨닫게 됩니다.


제 헤어지는 날, 여우는 눈물이 나올 것 같다고 어린 왕자에 개 말합니다. 어린 왕자는 여우에게 소리칩니다. '그렇지만 너는 눈물을 흘리잖아'라고. 여우는 어린 왕자와 관계를 맺으면서 '중요한 것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어린 왕자와 관계를 맺은 장미가 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하나뿐인 장미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너희들은 아직 아무것도 아니야. 누구도 너희를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도 누구를 길들이지 않았어. 너희들은 아름다워, 그러나 너희들은 비어있어(중략) 멋 모르는 행인은 내 장미도 너희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거야. 그러나 그 꽃 하나만으로 너희들 전부보다 소중해. 내가 물을 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유리덮개를 씌워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바람막이로 바람을 막아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불평을 들어주고, 허풍을 들어주고, 때로는 침묵까지 들어준 꽃이기 때문이야. 그것이 내 장미이기 때문이야.


장미와의 관계는 장미에게도 어린 왕자에게도 아픔을 주었지만, 그들이 함께 보낸 시간으로 인해 어린 왕자는 관계의 소중함을 깨닫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이치를 잊어버렸습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빨리빨리가 강요되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관계를 만들기 위해 소비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있지 말아야 하는 건 우리는 관계를 쌓기 위해 소비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린 왕자는 결말부에 자신이 사랑하는 꽃을 위해 기나긴 여행을 마치고 자신의 별로 돌아갑니다. 어린 왕자는 여우에게 배운 것을 가슴속에 묻고 살아갈 것입니다. 여우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어린 왕자가 여행 동안 쌓아온 시간들이 그를 성숙하게 만들고, 어린 왕자와 어린 장미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 줄 것입니다.


'어린 왕자'가 보여주는 이 가치는 무엇일까요? 바로 '관계'라는 이름의 가치입니다. 사람과 관계를 맺는 순간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어떤 관례를 지니는지, 어떻게 해야 길들이고 길들여질 수 있는지. 사람들은 잊어버렸습니다. 아마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아직 어리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사람에게 오랜 시간을 들여 시간을 쌓아나가야 하고, 주변 사물에 눈을 돌리며 그 사람을 떠올릴 줄 알아야 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시간을 들이며 길들여지는 거죠. 이것아 바로 관례입니다.


하지만 너무 어린 우리들은 이 관례를 모른 채로 살아가고, 관계를 맞을 때도 조심스럽지 않습니다. 진심으로 그 사람을 생각한다면, 그 사람의 향기, 말, 눈, 모든 것을 떠올릴 줄 알게 된다면 그럴 걱정이 없을 텐데요.


사회 속에서 관계를 쌓아나가기에는 우리는 아직 어리지만, 성숙해짐으로써 어린 왕자와 어린 장미처럼 새로운 관계를 쌓아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어린 왕자가 장미, 여우와 쌓은 관계처럼 말이죠. 관계라는 가치를 깨달으면서 우리가 조금 더 돈독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어린 왕자와 어린 장미의 관계를 떠올리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 글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당신의 동화를 제보받습니다^^ 늦더라도 꼭 쓸 테니 자유롭게 댓글 달아주세요

keyword
이전 01화동화를 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