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의 숭고한 사랑
사랑이라는 감정은 이중적입니다.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가장 가슴이 부서질 것 같은 순간을 가져다주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사랑을 할 때는 꼭 기쁨과 슬픔을 얻을 각오를 하고 임해야 합니다. 모든 순간이 행복하기만 할 수는 없거든요.
저는 사랑이 가장 아름다워지는 순간은 '다른 이를 위해 사랑을 베풀 때'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이루기 쉬우면서도 어려운 형태의 사랑이죠. 타인을 위해, 이웃을 위해, 연인을 위해 사랑을 베푼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당장 저 자신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걸요.
여기 고통을 각오하면서 다른 이를 위해 몸을 바친 주인공이 있습니다. 그럼 오늘의 동화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오늘의 동화는 '인어공주'입니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라는 작가가 쓴 동화로, 안데르센이 쓴 동화 중에는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줄거리를 설명하죠. 바다에서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있던 인어공주. 인어공주는 어느 날 바다에 빠진 왕자를 구해주고는 왕자에게 한눈에 반해버립니다. 그래서 마녀에게 목소리를 바치고 두 다리를 얻어 왕자와 만나게 되죠. 사랑을 이루지 못하면 물거품이 되는 것을 각오하면서 말이에요. 인어공주는 육지에서 왕자와 시간을 보내면서 행복한 미래를 꿈꿉니다. 하지만 왕자는 인어공주가 자신을 구했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고, 이웃나라 공주와 사랑에 빠집니다. 인어공주는 이 사실을 깨닫고 절망하죠. 그리고 마녀와 약속된 시간은 다와 가고, 언니들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바쳐 마녀와 교환한 칼로 왕자를 찔러 그 피를 두 디리에 적시면 인어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말을 듣습니다. 하지만 인어공주는 왕자를 사랑해 죽일 수 없었고 결국 물거품이 되어 사라집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인어공주의 내용입니다. 하지만 동화책에 나오지 않은 인어공주의 원 결말은 따로 있습니다.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순간, 하늘의 선택을 받아 공기의 정령으로 거듭납니다. 그리고 왕자와 공주의 사랑을 축복해 주며 하늘로 올라갑니다.
저는 동화를 읽으면서 인어공주의 사랑이 숭고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어공주는 '이룰 수 없으면서도 마지막까지 타인을 위해주는 사랑'을 했기 때문입니다.
인어공주의 사랑은 처음부터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었습니다. 인어공주는 목소리가 없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방법이 제한되었을뿐더러, 말을 할 수 있었다고 해도 망망대해에서 자신이 왕자를 구했다는 말을 어느 누가 믿겠습니까. 왕자도 인어공주를 아꼈기 때문에 사랑이 이뤄질 가능성이 조금은 존재했을지도 모르지만, 왕자는 이미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상태였고요.
인어공주는 아마도 자신의 사랑이 고통뿐일 것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앞에서 설명은 안 했지만, 두 다리를 얻게 된 뒤 다리를 칼로 찌르는 것 같은 고통이 생길 것이라는 판본도 있었기 때문에 물리적 고통도 있었을 것이고, 심리적 고통도 컸을 것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 얼마나 마음 아플까요.
하지만 인어공주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증오로 대응하지 않고, 끝내는 사랑하는 사람을 마지막까지 축복해 주는 이타적인 사랑을 택했습니다. 죽음까지 불사하면서도 왕자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행복을 포기한 것입니다. 제 몸까지 불사르는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일까요.
인어공주의 이타적인 사랑의 배경은 작가 안데르센의 사랑에 관한 에피소드가 관련되어 있습니다. 안데르센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안데르센과 같은 성별인 남자였죠. 지금 와서는 이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당시에는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안데르센은 사랑을 하고 있었지만 상대에게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짝사랑하는 상대가 다른 이와 결혼하는 것을 보는 실연을 겪게 되죠.
안데르센의 사랑이 인어공주의 사랑과 비슷하지 않나요? 인어공주의 빼앗긴 목소리는 사회풍조에 의해 사랑을 전할 수 없었던 안데르센의 빼앗긴 목소리를, 아픈 두 다리는 움직이지 못한 자신의 상황을, 물거품이 되어버린 몸은 실연의 상처를 의미하는 것과 같죠. 안데르센과 인어공주의 공통점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행동하지 않은 것입니다.
자신의 사랑만을 생각하며 이기적으로 구는 사람들이 있는 걸 생각하면 이들의 사랑은 오로지 타인만을 위한 숭고한 사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어공주 자체가 안데르센이 사랑하는 이에게 보내는 러브레터가 아닐까요?
'인어공주'를 통해 알아본 오늘의 가치는 '사랑'입니다. 사랑은 종류가 여려가지인데 그중에서도 이타적 사랑을 오늘의 가치로 꼽고 싶네요.
요즘 같이 살기 힘든 세상에서 남남인 타인을 위해 사랑을 베푼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특히 건강한 사랑은 꿈도 꿀 수 없죠. 하지만 아무리 힘든 시대라도 누군가에게 베풀 줄 아는 사람은 한 명씩 나타나는 걸 보면 사회는 아직 살만한 것 같습니다. 인어공주가 마지막까지 왕자를 축복했던 것처럼요.
오늘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 제가 글로 썼으면 하는 당신만의 동화를 알려주세요.
늦더라도 꼭 글로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