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영은 진우와 결혼식을 올렸다.
예식장은 하객들로 붐볐고,
사회자는 "서울대 출신 수의사와 미인 신부의 결혼"이라 소개했다.
순영은 그 말이 마치 축가처럼 들렸다. 앞으로의 결혼 생활에 대한 기대가 피어올랐다.
이 날 식을 마치고 순영의 집에서 하룻밤 지내고 신혼여행을 가기로 하였다.
순영은 자신의 모친에게 축의금의 행방을 물었다.
"엄마, 그 돈 이리 내놔. 우리가 쓸 일이 많은데 엄마가 가져가면 어떡해?"
순영의 부친이 끼어들었다.
"너한테 들어간 돈이 얼만데 그건 못 준다."
니 돈이네 내 돈이네 하는 계산과 고성이 오가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신혼 첫날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대화를 들은 진우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했다.
'내가 결혼을 잘 못 한 건가'
아무리 시골에서 없이 자란 진우였지만 부모와 이런 대화는 진우로선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순영의 말투가 낯설기만 했다.
그런 생각도 잠시였다.
진우가 순영과 급히 결혼식을 올린 것은 순영이 아이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이젠 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침묵 속에서
방금 끝난 결혼식의 환호와 웃음을 떠올렸다.
그 모든 것이, 어쩐지 잘못된 느낌이다.
훗날 돌이켜보면, 진우의 콩깍지는 바로 이때부터 벗겨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