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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회색연작, 10화

통로

되찾아 가는 길

by 투명인간

하나둘 숨을 고른다.

시린 바닥에 몸을 붙이고

아무것도 묻지 않던

무지개의 통로로 미끄러진다.

짤랑거리던 금속의 울림과 함께

그 시절의 따뜻한 숨이 따라온다.


몇 번의 무지개를 지나며

몇 번의 하늘이 저물었을까.

그 어린아이는

숨이 막히면 보란 듯

더 크게 들이마셨다.


딸각거리는 문틈과 흰 연기 사이로

하루가 천천히 씻겨 내려간다.

배수구로 모여드는 물자락이

느리게 소용돌이친다.

그 흐름을 오래 바라본다.


아, 통로를 잃었다.

어려워진 것은

길이 사라져서가 아니었다.

다른 이유로,

나는 다시 놀이터를 찾는다.


긴 동면을 깨고 나서야

좁고 어두운 나의 통로가 드러났다.

등을 낮추고 짚는 법을 다시 배운다.

하나둘 숨통이 틔이고

비로소 조금씩 살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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