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 고기 대신 콩류 먹자 담낭암 위험 줄어
가공육을 즐겨 먹는 식습관을 완전히 바꿀 필요는 없다. 일주일에 한 번, 단 한 끼만이라도 콩류로 대체하면 담낭암을 포함한 담낭 질환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대규모 추적 관찰 결과가 확인됐다.
최근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가 보유한 건강 자료를 활용해 12만1593명을 평균 10년 가까이 관찰했다. 조사 기간 동안 담낭 관련 질환을 경험한 사람은 총 3772명이었으며, 이들의 식습관과 질병 발생률 사이에서 뚜렷한 연관성이 나타났다.
분석 결과 매주 약 80g 분량의 적색육 또는 가공육을 콩류로 바꿔 먹은 경우, 담낭암은 물론 담석증과 담낭염까지 포함한 전체 담낭 질환의 발생률이 낮아졌다. 붉은 고기인 가공육 대신 콩을 택한 식사 한 끼가 질병 예방에 실질적 영향을 준 것이다. 반면, 가금류나 생선을 콩으로 대체한 경우에는 이런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콩류에 포함된 풍부한 식이섬유에 주목했다. 섬유질은 장에서 지방산과 담즙산을 함께 흡착해 배출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가 자연스럽게 낮아지고, 간으로 다시 흡수되는 양도 줄어든다. 담즙의 농도가 높아지거나 지나치게 농축되는 현상을 억제할 수 있어, 담석이 형성되는 상황을 미리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붉은 고기를 덜 먹게 되면서 포화지방 섭취량이 줄어드는 것도 간접적인 긍정 요소로 작용한다. 포화지방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대표적인 물질이며, 담즙 구성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성분이다.
담낭은 간에서 생성된 담즙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소화 보조 기관이다. 평소에는 존재감을 느끼기 어렵지만, 여기에 종양이 발생하면 진행 속도가 빠르고 증상이 거의 없어 진단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일상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어도 암이 진행되고 있는 사례가 흔하며, 이미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치료가 쉽지 않은 단계에 접어든 경우도 적지 않다.
이처럼 발견과 대처가 모두 어려운 질환일수록, 사전에 조심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이 중요해진다. 식단을 전면적으로 바꾸거나 특정 식재료를 극단적으로 제한할 필요는 없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 콩을 중심으로 한 식사를 계획하는 것만으로도 담낭 질환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유럽 영양학 저널(European Journal of Nutrition)’에 최근 게재됐다. 수많은 식이요법 중에서 실천 가능한 범위 내의 식습관 변화로 암 예방 효과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