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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모를 빈혈 있다면 '이 검사' 꼭 받으세요

서울아산병원 외과 박규주 교수가 말한 ‘빈혈’ 뒤에 숨은 경고

by 헬스코어데일리
6264_10440_2422.jpg 계단을 오르다 빈혈 증상이 나타난 모습.

빈혈은 많은 사람이 겪는 흔한 증상이지만, 단순히 피곤함이나 식습관 문제로 넘기기 쉬운 만큼 병을 놓치는 일이 많다. 어지러움, 피로, 숨 참 같은 증상이 지속되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병원을 미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처럼 ‘이유 없이’ 생기는 빈혈은 몸 안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큰 병의 신호일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외과 박규주 교수는 해마다 500건이 넘는 대장암 수술을 집도해온 대장암 분야의 권위자다. 지난 7월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그는,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더라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빈혈이 계속된다면 반드시 내시경 검사를 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대장암은 전형적인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렵다. 대장 부위별로 암이 생겼을 때 드러나는 경고 신호도 다르기 때문에, 자각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대장의 우측 부위는 내부 공간이 넓고 변이 물기 많은 상태로 지나가, 암이 어느 정도 자란 뒤에야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출혈이 서서히 생기지만 변에 섞여 잘 보이지 않고, 증상 없이 피가 빠져나가다 보니 체내에서 먼저 빈혈이 발생한다.


계속되는 빈혈, 단순 피로로 넘기면 위험하다


문제는 이런 출혈이 소리 없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몸 안에선 혈액이 계속 손실되고 있지만 통증도,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도 없다. 그러다 헛구역질이 잦아지거나,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고, 평소보다 쉽게 피곤해지는 상태가 이어진다.

6264_10444_281.jpg 지하철에서 빈혈 증상.
6264_10441_2422.jpg 사무실 책상 앞에서 무기력해진 모습.

빈혈이 나타났다고 모두 대장암은 아니지만,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치가 계속 낮아진다면 반드시 출혈 부위를 찾아야 한다. 대장암은 바로 이 지점에서 처음 단서를 포착할 수 있다. 박 교수는 “빈혈이 처음이자 유일한 신호였던 환자들이 실제로 많았다”고 전했다.


대장암 부위에 따라 증상이 전혀 달라진다


대장암이 좌측에 생기면 변의 모양이 가늘고 길어지는 일이 많다. 배변 후에도 시원하지 않은 느낌이 계속되거나 막히는 듯한 압박감이 특징이다. 직장 쪽에 종양이 있을 경우, 변이 조금만 차도 마려운 느낌이 들고 피가 묻어나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조차도 대부분 일시적으로 생각하고 넘긴다.

6264_10442_2422.jpg 화장실 자료사진.

가장 무서운 건 우측 대장에 생기는 암이다. 다른 부위처럼 불편하거나 눈에 띄는 변화가 거의 없고, 변의 모양이나 배변 습관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대신 피가 천천히 새어 나오면서 체내 철분 수치가 떨어지고, 빈혈로 이어진다.


박 교수는 “몸 상태가 괜찮은데도 피로가 계속되거나, 피검사에서 빈혈이 확인된다면 무조건 대장과 위를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를 쏟거나 심한 통증이 있어야만 병원에 가는 것이 아니라, 이런 미세한 변화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40대 이하 환자 전 세계 1위…한국이 가장 많다


젊은 층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40대 이하 대장암 환자 비율이 가장 높다. 생활습관과 식단의 변화, 운동 부족, 가공식품 소비 증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젊다는 이유로 검진을 미루거나, 증상이 있어도 병원에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6264_10443_280.jpg 식습관 자료사진.

박 교수는 “젊은 사람일수록 대장암을 예상하지 못하고, 증상이 있어도 그냥 피곤한 줄 알고 지나친다. 그래서 더 늦게 발견된다”고 말했다. 정기검진 대상이 아닌 연령층은 스스로 몸의 변화를 인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빈혈은 단순한 피로의 결과가 아닐 수 있다. 특별한 질환이 없는데도 계속된다면, 그 자체로 병의 시작일 가능성이 높다. 변에 피가 섞이거나, 체중이 이유 없이 줄고, 피곤함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병원을 찾아야 한다.

6264_10439_2421.jpg 배에 가스가 차올라 더부룩해진 모습.
6264_10438_2421.jpg 체중이 점차 감소하는 모습.

박 교수는 인터뷰에서 “내시경 검사는 생각보다 간단하고, 한 번으로 평생을 바꿀 수 있다”고 전했다. 몸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를 무시한 채 일상으로 돌아가면, 암은 조용히 자리를 잡는다. 빈혈이 계속되고 원인을 알 수 없다면 더는 미루지 말고 확인해야 한다. 그것이 암을 막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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