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마음은 늘 아쉬움과 기대가 공존한다.
햇살이 뜨거운 물줄기처럼 쏟아지던 7월도 이제 저물어간다. 창밖으로 들려오는 매미 소리는 여전히 뜨겁지만, 어느새 그 열기에도 피로움의 기운이 서려 있다.
한 해의 한가운데 서 있던 이 달은 마치 인생의 정점을 지나 조금씩 내리막을 걷는 중년의 모습과도 같다. 그래서인지 7월을 보내는 마음은 늘 아쉬움과 기대가 공존한다.
綠樹陰濃夏日長 (녹수음농하일장)
綠樹陰濃夏日長
푸른 나무 그늘 짙어 여름날 길고,
樓臺倒影入池塘
누대 그림자 못에 비추네.
水晶簾動微風起
수정 발막 흔들리는 건 미풍이 일어서,
滿架薔薇一院香
한 뜰 가득한 장미 향기로 가득하네.
- 고기(高驥)『하일산정(夏日山亭)』* 중에서
푸른 나무 그늘 아래서 길게 늘어지는 오후, 연못에 비친 누각의 그림자는 시간의 흐름을 잠시 멈춰 세운다.
미풍이 일어 발막이 흔들릴 때, 한 뜰 가득한 장미 향기는 7월의 정취를 고스란히 전한다.
이 시를 읽노라면, 여름의 아름다움은 그 찬란한 순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담아내는 마음에 달려 있음을 깨닫게 된다.
1. 서늘해지는 마음
7월의 끝자락에서 문득 서늘한 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면, 마음 한구석이 파르르 떨린다. 더위에 지친 몸은 그 시원함을 반기지만, 정작 마음은 왠지 모를 허전함에 사로잡힌다.
여름은 원래 그러한 계절인지도 모른다. 뜨거운 열정만큼이나 그 뒤에 이어질 이별과 상실의 그림자를 내비치는 계절.
여름은 간다
여름은 간다.
아직도 강가에는
아이들의 웃음이 흩어져 있지만,
어느새 하늘은 더 높아져 있고,
바람은 이미 가을을 준비한다.
우리가 잡지 못한 것들,
뜨거운 햇살 속에 녹아버린 것들,
그것들이 여름이 간 뒤에야 비로소 보인다.
김영랑
김영랑의 시처럼, 우리는 여름이 지나가고 나서야 비로소 놓친 것들을 발견한다. 뜨거운 햇살 아래서 꿈꾸던 것들, 말하지 못한 고백들, 스쳐 지나간 만남들—그 모든 것이 7월의 끝자락에서 되새겨진다.
2. 시간의 강을 건너며
7월은 시간의 흐름을 가장 강렬하게 느끼게 하는 달이다. 무더위 속에서도 하루하루가 분명하게 구분되는 듯하다.
아침이면 뜨거운 햇살이 창을 두드리고, 오후에는 소나기가 쏟아졌다가도 저녁이 되면 하늘은 다시 맑아진다.
이렇게 명징한 계절의 리듬은 우리로 하여금 삶의 순간들을 더욱 예민하게 감지하게 한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누구도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고 말했다.
7월의 시간도 마찬가지다.
오늘의 더위는 어제의 더위와 같지 않으며, 내일의 햇살은 또 다른 빛깔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지금,
이 순간뿐이다.
3. 마무리 : 다음을 기다리며
7월이 가는 것을 보내며, 우리는 동시에 새로운 계절을 기다린다. 가을은 아직 멀었지만,
어느새 바람 속에 그 낌새를 품기 시작한다.
계절의 순환은 끝이 없는 여정이기에, 아쉬움보다는 감사함으로 이별을 준비한다.
歲月不待人 (세월불대인)
青春難再晨 (청춘난재신)
及時當勉勵 (급시당면려)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네.
청춘은 다시 아침이 되기 어렵고,
때를 맞아 힘써야 하리.)
도연명(陶淵明)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청춘의 아침은 다시 오지 않으니,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야 한다. 7월이 남기고 간 열정과 추억을 가슴에 안고, 우리는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이제 창밖의 매미 소리도 점차 잦아들 것이다. 하지만 그 소리는 우리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울려 퍼질 것이다.
7월,
그 뜨거웠던 시간들을 뒤로한 채,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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