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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별자리를 찾아서

붉은 안타레스가 그 심장을 뛰게 하고, 구불구불 이어진 별들이 꼬리를 휘

by 월하시정

**8월의 별자리를 찾아서**

여름 밤하늘은 마치 신이 흩뿌린 다이아몬드 가루로 수놓은 천장 같다. 그 아래 앉아 고개를 들면, 별들은 나를 향해 속삭인다.


어쩌면 그 빛은 이미 죽은 별의 마지막 숨결일지도 모르는데, 여전히 우리 눈앞에서 반짝인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인간이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시린 밤공기 속에
별빛이 내린다
한 방울씩
마음의 호수에*

8월의 대표적인 별자리인 전갈자리는 하늘의 한가운데서 위용을 드러낸다. 붉은 안타레스가 그 심장을 뛰게 하고, 구불구불 이어진 별들이 꼬리를 휘감는다.


고대인들은 이 별자리에 신화를 입혔고, 현대인들은 그 속에서 우주의 비밀을 읽으려 한다. 나는 맨눈으로도 선명하게 보이는 그 모양을 따라가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천문학의 다리를 건넌다.

**七夕詠懷**
天蠍臨霄漢 (천갈림소한)

전갈자리 하늘에 걸려 있고
銀河瀉露寒 (은하사로한)

은하수는 이슬을 차갑게 쏟아네
人間微塵裏 (인간미진리)

인간이란 미진 속에서
獨坐觀大寰 (독좌관대환)

홀로 앉아 큰 우주를 보네

별을 바라보는 행위는 고독하지만 결코 외롭지 않다.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별 아래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엮어왔으니.


갈릴레오가 망원경으로 목성을 관측했을 때, 정약용이 달을 노래한 시를 지었을 때, 그들과 나는 같은 감동을 공유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별빛 아래,

우리는 잠시나마 영원을 맛보는 것이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마당에 누워 보았던 여름 밤하늘이 떠오른다. "저기 저 별이 전갈자리야"라고 말씀하시던 목소리가 귓전에 생생하다.


그때는 그저 아름다운 빛깔로만 보이던 것이, 이제는 그 깊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해진다.


세월이 흘러 내가 없어지고 나의 자식,

그 자식의 자식이 이 별을 볼 때면,

전갈자리는 여전히 제 자리에 있을 테지.

*별들은
우리를 비추지만
자신의 빛은
영원히
과거의 것*

도시의 불빛에 가려 별을 보기 어려워진 요즘, 나는 종종 산으로 향한다. 높은 곳에 오르면 별들이 마중 나오는데,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갑다.


그들과 나눈 대화는 말이 아닌 침묵으로 이뤄지지만, 그 속에는 모든 진리가 담겨 있다. 우주의 광활함 앞에서 인간의 지식이 얼마나 초라한지,


그러나 그 작은 지식이라도 모으려는 우리의 노력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제 곧 여름도 저물어 갈 것이다.

전갈자리는 서서히 서쪽으로 기울며 계절의 문을 닫으려 하겠지.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우주는 영원한 순환의 춤을 추고 있으니, 내년 여름이 오면 다시금 그들과 만날 수 있을 테니까.


별이 지는 것은 영원한 작별이 아니라, 다시 돌아오기 위한 일시적인 안녕임을 나는 안다.

*星夜有感*

오랜 하늘에 별은 스스로 빛나고

한때의 인간사 몇 번 시들고 피나

하늘 우러러 말 없어도 마음은 무한하니

은하수를 먹물 삼아 글을 쓰고 싶구나

밤이 깊어갈수록 별빛은 더욱 선명해진다.

나는 그 빛을 가슴에 담아 두려 노트에 스케치를 해본다. 물론 실제 모습의 천분의 일도 재현하지 못하겠지만, 이 순간의 감동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여름밤의 별자리는 나에게 영원한 미지에 대한 동경을, 끝없는 호기심을, 그리고 겸손함을 가르쳐주는 스승이다.

차가운 밤공기가 스민다.

하지만 별빛이 내 어깨를 감싸며 따뜻함을 전해준다.

이제 슬슬 자리에서 일어날 때가 됐다.


내일도, 모레도, 이 별들은 변함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다만 바라건대,

언제까지나 이 하늘이 청명하기를,


우리의 눈이 별빛을 받을 수 있기를.

발걸음을 돌리며 나는 마지막으로 전갈자리를 향해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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