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해 여름 우리는 모래성을 쌓았다**

여름 바람이 흰 모래를 날리니, 성 그림자 물결 따라 기울어라.

by 월하시정

바다는 끝없이 펼쳐진 푸른 꿈이었다.

파도는 쉼 없이 달려와 발아래로 스르르 무너지며, 우리의 발자국을 씻어냈다.


뜨거운 모래 위에 앉아 우리는 성을 쌓았다.

작은 손바닥으로 모래를 뭉치고, 성벽을 다듬으며 웃었다.


그 순간만은 영원할 것 같았다. 하지만 바닷바람이 불어오자, 성은 조금씩 흩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덧없이 사라지는 모래성처럼,

그 여름도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갔다.

---

夏 城

夏風吹白沙 (하풍취백사) —

여름 바람이 흰 모래를 날리니,

城影隨波斜 (성영수파사) —

성 그림자 물결 따라 기울어라.

暫聚還如夢 (잠취환여몽) —

잠깐 모였다 꿈같이 흩어지니,

空餘海上霞 (공여해상하) —

바다 위엔 노을만 남았네.

월하시정


---


모래의 기억


우리가 쌓은 성은

바다의 숨결에 녹아 내렸다.

한 줌의 모래가

손끝으로 흘러내릴 때,

나는 비로소 알았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그래도,

그 뜨거운 여름의 흔적은

내 가슴에 모래알처럼 박혀

때로는 따스하게,

때로는 아프게 빛난다.


---


1. 바닷가의 추억


그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해변의 모래는 뜨거운 석탄처럼 발을 데웠고, 바다는 눈부신 빛으로 반짝였다. 우리는 그 아래에서 작은 세계를 만들었다.


모래성은 우리만의 왕국이었다. 높게 쌓은 탑, 깊게 판 해자, 성벽을 따라 놓은 조개껍질—모두가 순간의 예술이었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다녔고, 어른들은 그늘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며 옛날을 떠올렸다.


누군가는 카메라로 그 모습을 담았다. 그러나 사진 속에 남은 것은 모래성의 모습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웃음이었다.


2. 무너지는 것들의 아름다움


모래성은 영원하지 않았다.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성을 보며 우리는 아쉬움보다는 묘한 위로를 느꼈다. 어차피 사라질 운명이었지만, 우리는 그 순간을 위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모든 것이 영원할 수는 없지만, 소중한 순간을 위해 마음을 다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바닷가의 모래성처럼,


사랑도, 우정도, 추억도 시간이 지나면 흔적만 남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흔적이 우리를 웃게 한다면, 그것은 헛된 것이 아니다.


3. 여름의 끝에서


여름이 저물던 날, 우리는 다시 해변에 섰다. 모래성은 온데간데없고, 바다만이 여전히 밀려왔다.


어디선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지만, 그것은 더 이상 우리가 아니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무 말이 필요 없었다.

그 여름의 따스함이,

모래의 감촉이,

파도의 속삭임이 우리의 마음에 남아있으니까.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영원하지 않은 것들이다.

한 송이 꽃, 한 줄기 노을,

한여름의 모래성처럼."


---

*마무리*

그해 여름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모래알을 굴린다. 손바닥 위에서 반짝이는 작은 알갱이들. 그중 하나는 우리의 웃음이었고, 또 하나는 바람에 날린 이야기였다.


모래성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은 여전히 내 기억 속에 살아있다. 우리는 모두 모래성의 건축가였다.


잠시나마 함께한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더 소중히 간직한다.


"바다는 여전히 그 모래를 간직하고 있을까?"

"아니, 바다는 이미 우리를 기억 속에 녹여버렸다."


#산문 #에세이 #수필 #단상 #일상생각 #바다 #여름

keyword
작가의 이전글8월의 별자리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