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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에 실려 오는 시의 숨소리를 듣다

서론 : 가을에 깃든 시정

by 월하시정

가을 서정과 처서의 정한

가을은 문득 느끼는 계절이다. 어느 날 아침 창밖으로 들려오는 바람 소리에, 혹은 문득 하늘을 바라보니 더 높아진 푸른빛에 가을이 왔음을 안다.


이처럼 가을은 시인과 선비들의 마음을 움직여 수많은 시와 글을 탄생시켰다. 특히 **처서(處暑)** 는 여름의 뜨거운 기운이 완전히 가시고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는 시기로, 예로부터 시문에서 중요한 소재가 되어왔다.

이 글에서는 **가을의 서정과 처서**를 노래한 옛시들을 골라 감상하고, 그에 얽힌 생각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보고자 한다.


고전의 맛을 음미하며, 오늘날 우리의 가을은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되짚어볼 것이다.

본론 : 옛시 속 가을과 처서

1. 처서의 의미와 자연의 변화

**처서(處暑)** 는 24절기 중 열네 번째에 해당하며, 보양력 8월 23일경이 된다. '처(處)'는 '그치다', '머무르다'의 의미로, 더위가 그쳐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때가 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처럼,


여름 내내 성가시게 굴던 모기와 파리의 활동도 줄어들고, 아침과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느껴진다.

# 처서와 관련된 자연 현상
- 모기와 파리의 활동 감소
-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
- 귀뚜라미의 등장
- 벼의 이삭이 패는 시기

2. 옛시로 읽는 가을 서정

가을은 시적인 감수성을 자극하는 계절이다. 다음은 가을과 처서를 노래한 대표적인 옛시들이다.

《추야우중(秋夜雨中)》 - 최치원**

秋風唯苦吟(추풍유고음)** -

가을 바람에 괴로워 애써 읊어도

世路少知音(세로소지음)**

- 세상에 마음 아는 이 없어.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

- 창밖엔 밤 깊도록 밤비 내리고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

- 등잔 앞에서 만리길 고향 그리네.

이 시는 **가을 밤의 쓸쓸함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가을 비가 내리는 깊은 밤, 등불 앞에서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은 시대를 초월하여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공감을 자아낸다.

**《산행(山行)》 - 두목**

**遠上寒山石俓斜(원상한산석경사)**

멀리 사람없는 산에 오르니 돌길이 비스듬히 끝이 없구나


**白雲深處有人家(백운심처유인가)**

- 흰구름이 피어오르는 곳에 인가가 있어


**停車坐愛楓林晩(정차좌애풍림만)**

- 수례를 멈추고 석양에 비치는 단풍숲을 보니


**霜葉紅於二月花(상엽홍어이월화)**

-서리 맞은 단풍잎이 한창때 봄꽃보다

더욱 붉고나

이 시는 **가을 산의 아름다움과 단풍의 화려함**을 생동감 있게描绘했다.

봄꽃보다 더 붉은 단풍잎은 가을이야말로 가장色彩豊かな 계절임을 말해준다

**《반월(詠半月)》 - 황진이**

**誰斷崑山玉(수단곤산옥)**

- 그 누가 곤륜산의 옥을 잘라서


**裁成織女梳(재성직녀소)**

- 직녀의 머리빗을 만들어 주었던고.


**牽牛一去後(견우이별후)**

- 견우님 떠나신 뒤에 오지를 않아


**愁擲碧空虛(수척벽공허)**

- 수심이 깊어 푸른 허공에 걸어 놓았네.

이 시는 **가을 가을 밤의 쓸쓸함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가을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가을 비가 내리는 깊은 밤, 등불 앞에서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은 시대를 초월하여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공감을 자아낸다.


3. 처서와 농경문화

처서는 단순한 계절의 이정표가 아니라,

**농경 사회에서의 중요한 지침**이었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이나 산소의 풀을 깎는 벌초를 하였다.


또한, 처서 무렵에는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햇볕에 말리는 **포쇄(曝曬)**

를 하였다.

하지만 처서에 비가 오면 “**십리에 천석 감한다**”는 속담처럼, **흉작을 걱정**해야 했다.


처서비는 벼의 이삭이 패는时期에 빗물이 들어가 썩는 원인이 되어 곡식의 흉작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는 오늘날에도 기후 변화에 따른 농업의 상기시키는 경고로 들린다.


4. 현대시로 빚는 가을 서정

고전의 정한을 이어받아,

현대적인 감성으로 가을을 노래해본다.

**《처서 過後》**

한여름의 푸르름이
지쳐 내렸나 보다
매서웠던 햇살이
스르르 문지방에 기대어
선선한 바람에 얼굴을 내민다

어디선가
귀뚜라미의 노래가
밤을 적시고


문득
하늘에 걸린 반달이
수천 년 전의 그리움을
빚어 내는 밤

**《가을 書帙》**

책장을 넘기니
가을이 소리 내어
흩날린다
한 줄기의 빛
그 사이로
스민
먼지와
오래된
記憶의
향기

결론 : 가을, 그리고 우리

가을은 **읽고, 쓰고, 생각하는 계절**이다. 고전 시가 전해주는 가을 정한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처서에 풀을 깎고, 책을 말리던 선조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자연과 함께한 지혜**를 읽을 수 있다.

오늘날 우리의 가을은 어떻게 변했을까?

도시의 고층 빌딩 사이에서도 가을은 오고,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단풍 예보를 확인한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자연의 순리와

그에 대한 우리의 감동**이다.

가을이 오면, 잠시 멈추어 주변을 돌아보고,

한 편의 시를 읽거나 써보는 것은 어떨까?


수천 년 이어져 온 가을의 시정(詩情)은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숨 쉬고 있다.

가을 햇살에 책 한 권 펼쳐 들고
오래된 시 한 수를 읽노라면
문득 시간을 뛰어넘어
*선인들과 마주하는*
*그리운 밀애의 순간*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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