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을 걷노라면 매미의 우렁찬 합창과 귀뚜라미의 은은한 선율이 교차하며,
9월의 문턱에 서니, 아직 여름의 열기가 완전히 물러나지 않은 듯하다. 공기는 여전히 무겁게 느껴지지만, 그 안에 스민 서늘함이 가을의 접근을 은은히 알린다.
숲길을 걷노라면 매미의 우렁찬 합창과 귀뚜라미의 은은한 선율이 교차하며, 마치 자연이 연주하는 교향곡과도 같다.
이 소리들은 서로를 압도하지도, 잠식하지도 않으며 조화를 이룬다. 여름이 가을에게 자리를 내주는 이 시기, 두 계절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소리는 사색에 잠기기에 더없이 좋은 벗이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여전히 힘차다.
그들은 한여름의 태양처럼 강렬하고 단호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마치 인생의 한창을 구가하는 청년과도 같아,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어 목청을 터뜨린다.
그 소리는 아직도 뜨거운 여름의 잔재를 느끼게 하며, 생의 열정을 온몸으로 외치는 듯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어보면, 그 열정 안에 다가올 종말을 알리는 듯한 절박함도 섞여 있다.
매미의 생은 짧다.
그들은 땅속에서 수년을 보내고, 단 몇 주만의 빛을 보며 그 짧은 생을 마감한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노래에는 무엇인가 간절한 것이 담겨 있다.
반면 귀뚜라미의 소리는 더욱 차분하고 은은하다. 그들은 해가 지고 공기가 식어갈 때부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매미의 소리가 주간의 열기를 대표한다면, 귀뚜라미의 소리는 밤의 서늘함과 고요함을 상징한다.
그들의 치지직거리는 소리는 마치 가을밤을 수놓은 은은한 자수와 같아,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자연의 흐름을 따라간다.
귀뚜라미는 서서히 다가오는 가을의 전령관이다. 그들의 노래는 여름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새로운 계절의 문을 열어준다.
이 두 소리의 하모니는 마치 인생의 다양한 순간들을 연상케 한다. 젊음의 열정과 노년의 지혜, 활동과 사색, 소음과 침묵이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9월의 첫날,
이 숲길에서 들리는 소리들은 단순한 자연의 현상을 넘어, 생명의 순환과 변화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 준다.
가을을 그리는 시편
「初秋吟」
初秋蟬蛻聲
蟋蟀吟階下
陰陽調律呂
歲月自循環
첫가을 매미는 여전히 우짖고
귀뚜라미는 섬돌 아래에서 노래하네
음과 양이 화음을 이루니
세월은 저절로 순환하는구나
「9월의 경계에서」
해는 여전히 매미의 날개에 반짝이지만
밤이 오면 귀뚜라미가 바늘로
가을 실을 꿰기 시작한다
한 송이 국화가 피어나는 소리를
들은 듯한 계절의 경계
두 목소리가 하나로 엮어내는
시간의 자수
뜨거움이 차가움에게 건네는
마지막 인사
그리고 차가움이 뜨거움을 품는
첫 번째 방식
9월의 공기는 이처럼 이중적으로 흐른다. 낮에는 여전히 땀을 흘리게 하지만, 아침과 저녁으로는 소매가 길어지는 계절이다.
이 불명확한 기운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내면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매미의 강렬함과 귀뚜라미의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이 시기, 우리는 삶의 다양한 국면을 동시에 경험하는 법을 배운다.
사람의 생에도 이런 경계의 시기가 있다.
젊음이 아직 완전히 지나가지 않았으나,
중년의 성숙이 서서히 자리 잡기 시작하는 때.
그 사이에서 우리는 과거의 열정과 미래의 지혜를 동시에 느낀다.
매미의 소리는 우리에게 여전히 뜨거울 수 있음을, 귀뚜라미의 소리는 차분히 사색할 때가 왔음을 알려준다.
자연은 늘 인간에게 교훈을 준다.
9월의 첫날,
슾길에서 들려오는 이 중주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생의 철학을 전달하는 메시지이다.
우리는 때로는 매미처럼 자신을 전면에 내세울 수도, 때로는 귀뚜라미처럼 조용히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 조화가 바로 삶의 아름다움이다.
聽蟬蟀協奏
蟬聲高樹末
蟋蟀低鳴階
高低自成韻
春秋此夕諧
매미 소리는 높은 나무에
귀뚜라미는 낮은 데서 울고
높고 낮은 것이 저절로 선율 되어
춘추가 이 저녁에 조화로우니
「협주」
한 대의 나무에서
매미는 여름의 마지막 광합성을 노래하고
한 포기 풀밭에서
귀뚜라미는 가을의 첫 입맞춤을 준비한다
서로 다른 음높이의
서로 다른 생의 박자
그러나 하나의 선율
시간이 지나면
매미는 떠나고
귀뚜라미만이 남아
밤을 수놓겠지만
이 순간만은
두 목소리가
하나의 하늘을 이루네
9월이 깊어감에 따라 매미의 소리는 점차 사라지고, 귀뚜라미의 소리가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이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들의 하모니는 마치 인생의 다양한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상태를 보여주는 듯하다.
우리는 종종 대립되는 것들 사이에서 갈등한다. 젊음과 늙음, 활동과 안식, 열정과 평정.
그러나 9월의 첫날, 이 숲길에서 들리는 소리들은 그 대립되는 것들이 공존하고,
더 나아가 서로를 아름답게 만드는 법을 보여준다. 매미의 강한 소리가 없었다면 귀뚜라미의 은은함이 두드러지지 않았을 것이고, 귀뚜라미의 잔잔함이 없었다면 매미의 열정이 더 외로워 보였을 것이다.
이처럼 9월은 단순한 계절의 전환점이 아니라, 삶의 지혜를 깨닫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이다.
오늘, 매미와 귀뚜라미의 하모리를 들으며, 우리도 인생의 다양한 측면들이 조화를 이루는 법을 배워야겠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의 삶도 이 9월의 슾길처럼 풍요롭고 아름다운 교향곡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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