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을의 경계에서 : 비와 하늘 사이의 사색

눈물과 고난은 마음을 씻어내려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삶의 본질을

by 월하시정


가을맞이 비는 어느새 찾아와 밤새도록 호들갑을 떨었다. 그 소란스러운 발걸음은 마치 여름이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듯했고, 이내 아침녁이 되자 물러갔다.


그렇게 가을은 조용히 그러나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갔다. 세상을 적신 비는 모든 것을 깨끗이 씻어내리고는 사라졌고, 하늘은 말끔히 세안한 여인의 얼굴처럼 싱그럽고 맑게 변신했다.

담벼락 옆 밤나무 가지에는 기어이 상체기를 남겨놓고 사라진 비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땅에는 아직 여물지 않은 밤송이 한 톨이 홀로 놓여있었다.


그것은 마치 완전히 자라지 못한 우리의 인생처럼, 아직은 덜 익었지만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였다.

비와 하늘 사이의 경계선

초가을의 비와 푸른 하늘은 마치 대비되는 두 세계처럼 느껴진다. 비는 내려올 때는 소란스럽지만, 그 뒤에 남기는 것은 고요한 정적과 새로움이다.

마치 우리 인생의 고난과 시련처럼 말이다. 우리는 비가 내리는 어두운 밤을 지나야만

더욱 맑고 투명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하늘은 그렇게 비를 통해 스스로를 정화한다. 우리의 마음도 때로는 비에 젖어야만 더욱 맑아질 수 있다.

눈물과 고난은 마음을 씻어내려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삶의 본질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추우(秋雨)

秋雨夜來掃塵囂
洗盡炎威涼意饒
雲開霧散天如洗
人生煩惱亦自消

가을비 밤에 와서塵囂 쓸어내리니
더위 기운 씻어내고 서늘함이 넘치는구나


구름 걷히고 안개散하니 하늘은 씻은 듯
인생의 번뇌 또한 스스로 사라지네

덜 익은 밤송이처럼

밤나무 밑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아직 여물지 않은 밤송이 한 톨. 그것은 마치 우리 인생의 어떤 순간을 상징한다.


우리는 때로 자신이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부족하게 여긴다.

그러나 그 덜 익은 상태마저도 지금 이 순간만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인생은 완성을 위한 여정이지만,

그 과정의每一個瞬間이 소중하다.

지금의 나는 미래의 나보다 덜 익었을지 모르지만, 지금만이 가진 신선함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종종 완벽함만을 추구하지만, 가을밤송이가 주는 교훈은

"지금 이대로도 아름답다"는 것이다.


밤송이

아직 다 여물지 않은
밤송이 하나
가지 끝에
외로이 매달려

가을비에
몸부림치고
가을바람에
흔들려도

스스로의 모양을
부끄러워하지 않네

여물어가는 중이니까
떨어져도 괜찮으니까

그대로의 너를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는 법을
너는 이미 알고 있구나

가을이 선사하는 사유의 시간

가을은 자연스럽게 사색으로 이끄는 계절이다. 더운 여름에는 뜨거운 열기 때문에 깊이 생각하기 어려웠고, 추운 겨울은 너무나 혹독해 내면으로의 여유를 허락지 않는다.


그러나 가을은 따뜻함과 서늘함이 공존하는 간절기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계절의 경계선에 서 있으니,

자연스레 인생의 경계선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젊음과 늙음의 경계,

시작과 끝의 경계,

기쁨과 슬픔의 경계.


우리 인생은 이러한 무수한 경계선들로 이루어져 있고, 가을은 그 경계선들을 가장 elegantly 보여주는 계절이다.

가을의 공기는 맑고 투명하다.

마치 우리의 생각도 그렇게 맑고 투명해져야 함을提醒한다. 복잡한 것처럼 보이는 인생도 사실은 매우 단순한 본질을 가지고 있다.


사랑하고,

감사하고,

현재를 누리는 것.

가을은 우리에게 이 단순한 진리를 상기시켜준다.

인생에 대한 사랑과 감사

담벼락 옆 밤나무를 바라보며,

나는 인생에 대한 감사를 느낀다.


비록 가지에는 상체기가 남아있지만,

그것은 지나간 비의 흔적일 뿐이다.

지나간 슬픔과 아픔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우리 인생에는 상처와 아픔의 흔적들이 남아있지만, 그것들은 우리가 살아왔다는 evidence이자, 그 상처들을 치유하고 다시 일어섰다는 증거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우리도 한 해를 보내며 수확한 것들이 있다. 물질적인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마음의 수확일 것이다.


더 넓어진 마음,

더 깊어진 이해,

더 따뜻해진 연대의식.

이러한 것들이 진정한 인생의 수확물이 아닐까.

추사(秋思)

天高氣爽秋方至
雲淡風輕心自閒
歲月如流人易老
感恩當下莫遲延

하늘 높고 기운爽朗하여

가을이 이르렀네


구름은淡하고 바람 가벼우니

마음自然히 한가로워


세월은 흐르는 물 같아서

사람은 쉽게 늙어가니
감사함을 지금 당장에 미루지 말지어다


변화의 아름다움

가을은 변화의 계절이다.

나뭇잎들은 점점 색을 바꾸고, 공기는 차가워지며, 낮은 짧아진다.

이 변화는 어쩌면 쓸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변화 그 자체가 인생의 본질임을 가을은 일깨워준다.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가을의 나뭇잎을 보라.낙엽은 시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색깔로 변하여 세상에 마지막 선물을 남긴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고,

상황이 변하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니라,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밤나무 밑에 떨어져 있는 밤송이는 아직 여물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땅속에서 싹을 틔워 새로운 나무로 자라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인생도 지금 이 순간은 미완성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언제든지 새로운 가능성으로 피어날 씨앗을 품고 있다.

서정과 낭만의 계절

가을은 시인과 예술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계절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가을이 지니는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선선한 바람,

높고 푸른 하늘,

낙엽들이 만들어내는 색채의 향연.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때로는 이러한 서정과 낭만을 잊어버리곤 한다.


일상의 琐事에 매몰되어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러나 가을은 우리에게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바라보고,

삶의 아름다움에 감사할 것을提醒한다.

가을 밤송이가 주는 교훈은 단순하지만 profound하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을 수 있고, 아직 다 여물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자체로 이미 아름답고 valuable하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지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감사할 필요가 있다.

가을 경계선

여름과 겨울 사이
익어가고 시들어가는 사이
비와 하늘 사이

그 경계선에
내 마음이 서 있다

지나간 것들을
떨쳐내지도 못하고

· 다가올 것들을
· 맞이하지도 못한 채

but
이 경계선의
아름다움을

· suddenly
· 깨닫는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완성되어 가는
이 과정自身이었구나


끝맺음 :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을맞이 비가 씻어낸 하늘은 우리의 마음도 같이 씻어내준다. 우리는 가을의 풍요로움 속에서 인생에 대한 감사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비록 아직 여물지 않은 밤송이처럼 미완성의 모습일지라도, 우리는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다.

가을은 우리에게 인생의 cyclical함을 상기시킨다.


봄에 심고,

여름에 기르고,

가을에 거두고,

겨울에 쉰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계절을 거쳐간다. 각 계절에는 각각의 아름다움이 있고, 각 순간에는 각각의 소중함이 있다.

담벼락 옆 밤나무 가지에 남아있는 상체기는 지나간 비의 memory이다. 그처럼 우리의 인생에도 지나간 슬픔과 기쁨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우리를 weak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더욱 풍요롭고 깊게 만드는 자양분이 된다.

가을이 주는 선물은 바로 이러한 통찰력이다.


비와 하늘 사이에서, 익음과 설음 사이에서, 우리는 인생의 본질을 조금 더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얻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비로소 진정한 감사와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의 인생은 아직 여물지 않은 밤송이와 같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안에는 무한한 가능성과 아름다움이 잠재되어 있다.


가을이 주는 지혜는 바로 이 미완성의 아름다움을 recognizing하는 능력일 것이다.

이렇게 가을의 문턱에서 우리는 비와 하늘, 익음과 설음, 시작과 끝 사이에서平衡을 찾아가며, 인생에 대한 deeper한 사랑과 감사를 배운다. 그것이 바로 가을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 아닐까.

#에세이 #수필 #사색 #명상 #단상 #인생 #가을 #감사 #감성에세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