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시장 위축에 불법사금융 내몰리는 취약계층
실효성 낮은 우수대부업자 제도···은행 자금조달은 고작 1% 대
불법사금융 피해 5년 새 3배 증가···서민금융 ‘브릿지’가 없다
포용금융 확대를 표방하는 정부 정책기조에도 불구하고 대출 길이 막힌 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에 빠질 위험을 막는 최후의 보루가 없다고 할수 있다.
행정부의 강력한 견제장치 역할을 해야 할 국정감사에서 금융 취약계층이 합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부업 시장 개선에 대해 질의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금융 당국을 대상으로 한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통상 대형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의 소환 여부가 주된 관심사가 되고 있기에, 해당 이슈는 더욱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부업 시장은 소득이나 신용도가 낮아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생계에 필요한 자금을 구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대부업 시장은 크게 위축된 상태다.
이는 정부의 지속적인 법정 최고금리 규제로 인해 점차 등록 대부업자와 이용자 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부에 대한 소비자 인식 역시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규제는 대부계약시 법령에서 정한 금리 상한을 초과해 이자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2002년 10월 도입 당시 66%에서 2021년 7월부터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이자제한법’에서 20%를 상한으로 정하고 있다.
또한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22일 개정 대부업법과 시행령으로 대부업자 등록요건을 강화했다. 개정법은 ▲대부중개업을 하려는 자의 자기자본 규정을 3000만원 이상으로 신설하고 ▲그외 등록만을 하려는 자는 1000만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상향했으며 ▲등록 이후에도 등록유효기간 3년 중 자기자본 요건을 유지하도록 하고 ▲이를 유지하지 않을 경우엔 등록을 취소하도록 강화한 내용이 골자다.
전 금융 업권이 영향을 받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대부업자 등록 요건 강화 등이 대부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논의가 필요하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단순히 보자면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이에 따라 가계의 대출금리가 인하돼 가처분 소득을 증가시키는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은행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금리 대출을 취급하는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등에서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라 더 이상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가계에 대한 대출 공급 거부라든지, 채무불이행이 높은 가계에 공급하던 대출을 축소할 가능성 등은 부작용으로 꼽힌다.
대부업 역시 이러한 영향을 받는다.
한국개발연구원의 ‘금리 인상기에 취약계층을 포용하기 위한 법정최고금리 운용방안’ 보고서, 국회입법조사처의 ‘금리인상기, 대부업 시장 이대로 괜찮은가’ 보고서 등에서 전문가들은 대부업자의 조달비용과 대손비용이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부업자가 받을 수 있는 대출금리 상한이 20%로 고정돼 대출을 실행할 수록 수익성이 악화되는 역마진 우려가 발생하는 등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대부업 등록업자 현황 등에서 보면 대부업자와 이용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시장 침체가 잘 나타난다.
등록대부업자는 지난 2022년 말 8818명에서 지난해말 8182명으로 감소했다. 대부업 이용자 역시 같은 기간 98만9000명에서 70만8000명으로 줄었다.
이에 대출잔액 역시 15조9000억원에서 12조3000억원으로 감소했다. 평균 대출금리는 같은 기간 14.1%에서 13.9%까지 내려왔다.
현재는 대부업자 등록요건 강화 시행 후 경과조치 기간이다. 상향 요건에 미충족한 기존 대부업자는 법 시행 후 2년 동안이 경과기간이다. 따라서 요건 강화의 구체적 효과를 속단하긴 이르나, 진입장벽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시장 위축은 더 심해졌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런 현실에 결국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음성적인 불법사금융 피해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법사금융 신고 건수 등으로 간접적 추정이 가능하다. 2019년 5468건에서 지난해 1만5397건으로 2.8배 가량 증가했다. 고금리·채권추심·불법광고·불법수수료·유사수신 등 건수가 늘었는데, 미등록대부 신고 건수도 2464건에서 7314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불법으로 빠져들 금융 취약계층 보호는 뭔가 새로운 장치를 만들기보다, 기존의 대부업 제도를 활용하는 게 현실적이고 신속한 대책이다.
우선 법정 최고금리 상한이나 연동형 금리를 도입하는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은 이론과 논란이 분분하기에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그러나 현재 시행하고 있는 우수대부업자 제도의 실효적 인센티브를 주는 점은 상대적으로 쉽고 빠른 의견합치가 가능하다.
지난 4월 대부금융협회에 공시된 우수대부업자는 모두 22개다. 기존에는 업체명만 금감원 홈페이지에 공시했는데, 재무정보와 대출취급 실적도 함께 공시되고 있다.
우수대부업자로 선정되면 무엇보다 은행 차입이 허용되기에 자금조달 면에서 유리하다. 일반 대부업자들이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등에서 돈을 빌리는 것과 금리가 낮다.
그런데 지난 2021년부터 제도를 시행했으나 대부업 시장 위축을 개선하는 데 별반 효과가 없었다. 이는 돈을 빌려주는 은행도, 돈을 빌리는 대부업자도 반응이 시들하기 때문이다. 대부업이 갖는 이미지 때문에 대출을 꺼린다는 점은 실증할 수 없기에 차치하더라도, 우선 금리 메리트가 크게 높지 않다.
업계에선 대부업자가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연 이율 7%대인데, 은행 차입은 6% 후반대라고 알려져 있다. 또한 은행 차입은 3개월 단위로 변동이율이 적용되기에 오히려 불확실성이 크다.
이에 2024년 말 기준 우수대부업자 19곳의 은행 차입액은 1530억원에 그쳤다. 물론 전년도에 비해 2배 가량 늘어나긴 했지만, 같은 시기 전체 대부업 대출잔액이 12조5146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2% 비중에 불과하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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