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를 쓰며 문득 들었던 생각..

by 초이

8월, 정들었던 대학을 뒤로하고 졸업을 했다.

이와 동시에 '취업 준비생' 몸이 되어 올 상반기부터 약 20곳 이상의 기업에 자기소개서를 제출했고,

면접도 열심히 보고 있다.


하반기 공채 시즌이 됐다.

구직 사이트에는 하루에만 10곳 이상의 기업 공고가 파도처럼 몰려온다.

하나하나 클릭 버튼을 누른다. 공고의 파도에 몸을 던진다.

내가 지원할 수 있는 직무가 있는지 살펴보고,

지원서 마감기한, 자기소개서 항목, 어학 요건 등을 찾아 노션에 따로 정리해 둔다.


지원에 있어 가장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은 바로 '자기소개서'이다.

3~4개의 문항, 각 700자 내외의 네모 칸에 나를 구겨 넣는 일. 어떤 문항은 몇 시간 만에 써내려가지만, 어떤 문항 앞에서는 하루, 이틀을 꼬박 고민하며 나의 지난 시간을 탈탈 털어본다.


‘나의 강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실패 경험은?’, ‘그것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가?’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마치 나 자신을 상품 진열대에 올려두는 것 같았다.


그리고 며칠을 고민해도 떠오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게 진짜 나라고 할 수 있나?’, ‘이 경험이 그렇게 대단한 일이었나?’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하자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합격이라는 목표 앞에서 나 자신을 끊임없이 과대포장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해진 질문에 가장 이상적인 답변을 700자 안에 새겨 넣어야 했다. 나의 경험은 ‘역량’이라는 단어로 포장되어야 했고, 나의 생각은 ‘인재상’에 부합하도록 재단되어야 했다.


글자 수에 맞춰 문장을 줄이고 늘이는 과정 속에서 문득, 나의 글이 더 이상 창작이 아닌 ‘조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십 편의 자기소개서를 써내려가면서, 나는 나를 파는 일에 점차 무뎌지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글 쓰는 것이 좋다.

그래서 블로그도 시작했고, 브런치도 시작했다.


어느 날 평소처럼 글을 쓰기 위해

브런치를 접속했다.


흰 배경을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혀왔다.

이 문장은 너무 평범한가?’, ‘이 경험에서 어떤 교훈을 끌어내야 하지?’, ‘그래서 나의 어떤 점이 매력적으로 보일까?


요즘, 내 글에서 정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