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0일 ~ 11월 16일 주간기록
11월 둘째 주는 유난히 많은 감정이 오가는 시간이었다.
복직을 준비하며 다잡은 마음은 출판 일정의 혼란 속에서 다시 흔들렸고,
동료들에게 작은 마음을 전하는 일상 속에서는
오래전 잊었던 따뜻함이 스며들었다.
노동조합의 방향을 고민하는 머리는 무거웠고
책이 세상에 도착한 순간의 벅참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가정에서는 사랑이 오래 남은 피로를 덜어주었고
사회에서는 다시 확장된 연대의 손길이 이어졌다.
겨울이 문 앞까지 내려왔지만
이번 주만큼은 마음 곳곳에서
아직 남아 있던 햇살 같은 온기가 느껴졌다.
11월 10일, 지연된 배송, 멈춰버린 시간
텀블벅 출판 프로젝트의 배송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는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연말이라 인쇄소 일정이 밀리고 또 밀린 것이다.
송장번호는 이미 나왔지만 인쇄가 늦어져
포장 일정까지 연달아 밀린다는 연락을 받았다.
11일 시작 예정이던 배송은 결국 불투명해졌다.
내일까지 인쇄소의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지만
마음 한편의 불안함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오후에는 2026년 노동조합 계획을 다시 짜느라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노조법 2‧3조 개정, 계열법인 단체교섭,
건설경기 침체와 매출 감소…
기사와 자료를 보면 볼수록 한숨이 길어졌다.
3월 10일 시행되는 법은 아직 가이드라인도 명확하지 않다.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일은 너무 제한적이다.
막연함과 답답함을 안은 채 하루를 마무리했다.
11월 11일, 작은 선물로 이어지는 마음의 끈
나는 회사에 다닐 때부터
‘무슨무슨 데이’마다 동료들을 챙기는 걸 좋아했다.
오늘은 빼빼로데이.
화학연맹에 롯데웰푸드가 있으니
이번엔 평소보다 조금 더 넓게 선물을 보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덕분에
멀리 있거나 어색해진 사람들도 가볍게 챙길 수 있다.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관계가 멀어진 동료들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작은 선물을 보낸다는 건
대화의 문을 여는 좋은 핑계가 된다.
2010년 즈음 읽었던 자기계발서 '리틀빅씽'이 떠올랐다.
사소한 행동이 인생과 비즈니스에서
큰 변화를 만든다는 내용.
그 이후로 나는 작은 이벤트들을 꾸준히 해왔다.
관성처럼 몸에 밴 습관이 되었고
요즘엔 부담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밝히는 일이 좋다.
오전 내내 선물을 보내다가
다시 텀블벅 걱정이 떠올랐다.
결국 배송은 지연되었고 급하게 안내 공지를 올렸다.
14일쯤 배송이 완료될 것 같다.
연말의 인쇄소 일정은 정말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도 시대정신 대표님이
“인쇄 상태 꼼꼼히 체크 중”이라 말해줘서 잠시 안도했다.
11월 12일, 정상화를 향한 첫 회의의 온기
11월 노동조합 월례회의가 있는 날.
아침부터 사무국장님과 업무를 보는데
왠지 오늘 회의는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내 복직이 임박해서일까?
지난달보다 확실히 활기가 돌았다.
점심은 다같이 지하의 한식뷔페에서 먹었다.
식사자리도 오랜만에 웃음이 만져지는 분위기였다.
오후에는 하반기 대의원대회 일정을 확정하고
노동조합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논의했다.
한국노총과 화학연맹 선거 이야기도 오가고
우리가 정상적인 노조로서
해야 할 일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회의가 끝난 뒤
오랜만에 다같이 가벼운 저녁을 먹으며 말했다.
“그동안의 고통을 언젠가 웃으며 말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오늘이 그 첫날같다고 느꼈다.
이제 차근차근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려 한다.
11월 13일, 송장번호가 가리킨 내 책의 탄생
오늘, 드디어 책이 배송되기 시작했다.
5월 7일, 책을 쓰겠다고 결심한 날부터
꼬박 6개월.
그 기록이 이제 후원자들에게 전달된다.
나는 아직 실물을 보지 못했기에
더 긴장과 설렘이 몰려왔다.
인쇄 검수도 제대로 못했고
가제본조차 만들지 못한 채 진행된 프로젝트라
걱정이 계속 따라다녔다.
그래도 저녁 6시께
“택배사 인계 완료”라는 문구를 확인하고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내일이면 책을 받아보겠지.
내일이면…
11월 14일, 처음 만난 나의 책, 처음 울컥한 순간
오전에 연맹에 들렀다가
사무처 동지가 후원한 책이 배송된 걸 봤다.
처음 실물을 손에 들었을 때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밀려왔다.
생각보다 인쇄 품질이 좋았다.
250페이지가 320페이지로 늘어나 걱정했지만
두께도 적당했고 사진도 깔끔하게 나왔다.
노동조합 사무실로 돌아오니 그곳에도 박스가 도착해 있었다.
혼자 책을 꺼내 확인하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고
그 시간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던 건
많은 동지들이 보내준 연대와 응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회사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저 처음 노동조합을 세우고
겪었던 일들을 당시의 감정 그대로 기록한 것이다.
누군가 노동조합 설립을 고민하는 시점에
이 책이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은 시중 판매를 하지 않는다.
ISBN도 발급하지 않았다.
지금은 단지 후원자들에게만
정중하게 전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래도 내 이름이 들어간 인쇄된 책이 나왔다는 사실은
말할 수 없는 뿌듯함으로 남았다.
그 뿌듯함을 안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11월 15일,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만들어준 생일
오늘은 내 생일이다.
아침부터 아내가 정성스런 생일상을 차려주었다.
나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자
이 길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인 사랑스런 아내다.
오후에는 연맹 사무처장님의 자녀 결혼식이 있어
차를 몰고 시내로 향했다.
지하철을 탈 걸 그랬다.
왕복 네 시간 동안 도로 위에 있었다.
저녁에 집에 돌아오니
아들이 케이크를 가져왔다.
생일과 복직을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적혀있다.
참 사랑스러운 아들이다.
초를 끄며 우리 가정의 행복을 지킬 수 있기를
조용히 기도했다.
참 따뜻한 생일이었다.
11월 16일, 연대의 자리에서 다시 느낀 ‘내 역할’
국회에서 열린
'당신을 위한 나의 정치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출판기념 미디어데이에 촬영지원을 갔다.
여러 현역 국회의원이 축하 인사를 하러 왔고
지난 3년간 우리 조합을 응원해 준 의원들도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제서야 실감했다.
지난 몇 년간의 연대활동을 통해
내 개인의 네트워크가 얼마나 넓어졌는지를.
하지만 이제는
‘도움을 받는 쪽’에서 ‘도움을 주는 쪽’으로
천천히 이동해야 할 때다.
노동조합의 이익을 우선하되
그동안 받아온 온정을 더 크게 키워 돌려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이 기록은 노동존중사회를 위한 노동자의 기록이며, 모든 연대를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