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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남긴 온기들 속에서 다시 걸음을 딛는다

2025년 11월 17일 ~ 11월 23일 주간기록

by 기록하는노동자

11월 셋째 주는 유난히 ‘사람’이 중심에 있었다.
오랜 인연과 다시 만났고 오래 지지해 준 동지들과 악수를 나누었고
연대의 손길을 먼저 내밀어주던 이들을 다시 찾아가 감사 인사를 전했다.


법정의 공기 속에서도 회의장 복도에서도
거리의 찬 바람 속에서도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복직을 앞두고 조심스레 내딛는 걸음은 여전히 무겁지만
이 한 주를 버티게 한 것은 결국 ‘사람이 남긴 온기’였다.
그 온기를 기억하며 나는 또 다음 걸음을 준비한다.


11월 17일, 오래된 인연이 남긴 위로의 시간

점심에 오랜 지인을 만났다.
기자였고 지금은 방송과 글을 함께 하는 사람이다.
홍보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만난 인연인데
오며 가며 시간이 계속 엇갈리다가
결국 오늘에서야 만남이 성사되었다.


사는 이야기, 노동조합 이야기, 책 이야기…
어느새 시간이 사라질 만큼 몰입해서 대화를 나눴다.
늘 응원해 주던 사람이기에
이 시간이 더 고맙게 느껴졌다.


최근 서로 힘든 시간을 지나왔기에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응원이 되는 자리였다.
온기를 안고 점심을 마쳤다.


오후에는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님과 간담회를 했다.
출판된 책을 직접 드리고
신생노조가 겪는 어려움과 제도의 미비를 함께 논의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내어

연대와 지지를 변함없이 보내주신 것이
참 감사했다.


오늘 하루는 참 따뜻했다.

11월 18일, 작은 점심에서 들은 큰 고민들

점심시간에 조합원들을 만나 식사를 했다.
현장의 고민, 현재의 어려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자리가 더 필요하다고 느꼈다.
현장에서 멀어질수록
현실과 동떨어진 활동만 하게 된다는 걸
나는 이미 여러 번 경험했다.


큰 변화보다 중요한 건 작은 변화다.
소소한 변화가 모여
결국 큰 흐름을 만들어낸다는 걸
지난 3년 동안 온몸으로 배워왔다.


이제는 현장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시간이다.

11월 19일, 법정과 회의장 사이, 연대의 손길들

여러 일정이 겹쳐 정신없는 하루였다.


오전에는 지난 1월 행정법원에서 승소한
부당노동행위 재심판정 취소소송(원고: 회사)의
고등법원 항소심 첫 변론이 있어 서초동으로 향했다.


고등법원은 행정법원과 공기가 달랐다.
조용하고 더 무겁고 낯선 위압감이 느껴졌다.


최근 회사와 대화를 시작한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법원에서 사측 담당자와 인사도 하고 말을 건넨다는 것.
소모적 다툼을 조금씩 줄여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변호사님과 이른 점심을 먹고 헤어진 후 곧장 영등포로 향했다.
서울지역본부 월례회의가 있었다.


도착하니 많은 위원장님들이
복직 소식을 듣고 기다리고 계셨다.
축하 인사를 건네며 손을 잡아주고
고생했다고 토닥여주는 동지들의 마음이
너무 따뜻해서 눈물이 날 뻔했다.


오후 4시에는 구로구청으로 이동했다.
헌법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구로구협의회 제22기 출범식 및 정기회의가 있었다.


지난여름 연대 확장을 위해 분주히 뛰던 시기
추천을 받아 자문위원이 되었고 오늘 임명장을 받았다.


앞으로 2년의 임기 동안 평화통일 정책과 관련해
내가 어떤 의견을 낼 수 있을지 천천히 고민해보려 한다.

집에 돌아오니 온몸이 녹초가 되어 있었다.

11월 20일, 뜨거운 포옹이 남긴 울림

화학연맹 황인석 위원장님을 만났다.
출판된 책에 대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이제야 뵙게 되었다.


황 위원장님은 어려운 시기마다
조합이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해 주셨고
위원장이 갖춰야 할 소양을 꾸준히 알려주셨던 분이다.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려는 순간
“한 번 안아보자.” 하시며 뜨겁게 포옹을 해주셨다.
등을 두드리는 소리가 크게 울렸고 그만큼 힘이 났다.


우리가 받았던 연대의 온정을
누군가에게 다시 전할 수 있도록
더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11월 21일, 해답을 찾기 위한 마음의 준비

복직까지 9일이 남았다.
허둥지둥했던 마음도
조금은 정리가 되어 간다.


노동조합의 정상화를 위해
조금씩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조합이 설립된 지 3년,
건설산업이 위축되며 어려움이 커진 시기다.


이럴 때 노동조합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루의 고민들이 쌓여
해답을 찾는 열쇠가 되었으면 한다.

11월 22일~23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래도 필요한 휴식

주말엔 아무 일정도 잡지 않았다.

그저 쉬고 또 쉬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지금의 나에게는 꼭 필요한 회복이었다.

출근대신기록하는노동자의주간일지16-1.jpg 한국노총 김동명위원장님과의 간담회
이 기록은 노동존중사회를 위한 노동자의 기록이며, 모든 연대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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