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기교

by Snuff


영화의 기교 술법에 대해서 말하기에는 필자는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그러면 왜 이딴 얘기를 하려고 드는가? 첫 번째로는 내가 말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누기 위해서, 두 번째로는 내가 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 알고 싶어서다. 정보 전달의 목적은 아님을 명시한다.



1. 캐릭터의 기교.

첫 번째로 말할 것은 이미지에 대한 얘기는 아니다. 첫 번째로 얘기할 것은 최근 개봉한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숀 펜의 발기씬에 대한 감독의 코멘트다.


"이 놀이터의 규칙이 어디까지인지를 알려주는 거였다. 그 장면은 우리의 놀이터가 굉장히 넓은 영역을 설정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였다."


이 장면 하나로 우리는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 놈이 대체 뭔 짓거리를 할까? 예측할 수 없다. 필자가 생각하는 캐릭터의 미덕(美德)이다. 대사 아예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배우의 지긋한 눈빛만 있으면 된다.

강동원이 맡은 캐릭터가 발기한다. 송강호, 이병헌이 맡은 캐릭터가 발기한다는 설정을 망상해 보자. 벌써 재밌지 않은가? 근데 유아인이 맡은 캐릭터가 발기하는 것은 그렇게 기대되지는 않는다. 버닝 때문일까? 얘기하고자 하려는 것은 그냥 그렇게만 망상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저 배우님들이 내 시나리오에 나올 리가 없으니.

간단하게 다음과 같은 식으로 가능하다. 목적은 '이 놀이터의 규칙이 어디까지인지를 알려주는 것'


초등학생이 하교를 마치고 옆 집에 배달된 택배 소포의 내용물을 자세하게 확인한다. 훔치진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초등학생이 결국엔 옆 집 물건에 손을 댈까, 대지 않을까 하는 캐릭터의 내적 갈등을 기대할 수 있다. 그냥 이렇게만 설정되어 있어도 문제없다. 다만 자세하게 봤다면 훔쳐야 한다. 훔쳤다고 해보자. 뜯어보니 원피스 나미 19금 피규어다. 옆집에 사는 백수형은 범인을 찾으려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19금 피규어니 말이다. 또한 초등학생은 그 피규어를 숨길 것이다. 숨겼으나 발견한 초등학생 아이의 엄마는 이 사태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할 거다. 메인 플롯에 필요한 내용이 아니라면 필요하게 만들면 된다. 필자가 생각하는 캐릭터에 대한 기교는 이런 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목적은 단순하다. 이 캐릭터에 집중하며 보게 만드는 것. 다만 필자가 예시한 이것이 기교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발기는 분명히 기교인데..


자, 어쨌든 이제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난 이 캐릭터에 매력이 있으면 좋겠어. 그래서 매력에 필요한 대사, 행동, 얼굴, 상황을 설정한다. 캐릭터가 자기를 봐달라고 좋은 대사를 하려고 하는 것은 미덕이 아니다. 훌륭한 작가만이 미덕이 될 수 있게 한다.


다음은 그 훌륭한 작가의 예시이다.

<그 후>

https://youtu.be/NHBI15CD0zY?si=OSDi0GzfNKnXiKBX

김민희의 "왜 사세요?"로 시작한다. 보는 사람은 왜 살까? 에 대한 답변을 기대한다. 또한 대사를 하는 배우의 얼굴을 기대한다. 이건 눈으로 직접 봐야 한다. 이제 두 번째로 말할 형식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2. 형식에 대한 기교.

누구는 저딴 게 영화라니 할 수도 있다. 영화에서 필자가 기대하는 것은 구경거리이기 때문이다. 홍상수라는 사람은 대사로 구경거리를 구사하는 사람이라서, 그에 알맞은 형식을 갖고 있다. 형식을 갖고 있다고 해서 모두 구경거리를 갖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경거리를 갖춘다는 것은 연출자에게는 평생 숙제니 말이다.

이건 영화의 달인이 구사하는 형식이 아니라, 확실한 자기만의 시네마를 갖고 있는 몇몇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로메르나 류스케, 뒤라스.(필자가 아는 한으로는) 각각 가지고 있는 형식도 다르며, 로메르에게 영향받은 류스케와 홍상수 또한 로메르의 형식과는 다르다. 홍상수의 형식이 갖고 있는 기교는 단 세 개로 말할 수 있다.


1. 패닝,

2. 줌 그리고 줌 아웃,

3. 편집.


홍상수라는 사람은 이 세 개로 영화를 집중해서 보게 만든다. 누구는 카메라의 갖가지 기술을 쓰지만, 홍상수라는 사람은 이 세 개로 영화를 집중해서 보게 만든다. 기교는 전달 방식이고, 형식이 만든 기교임에 분명하다.


여기까지 썼는데, 대체 어떻게 글을 끝맺어야 할지 모르겠다. 첫 번째와 두 번째를 알 것 같다. 첫 번째는 지금 나는 매우 하찮다는 것. 두 번째로는 저 홍상수 영상 링크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쓴 것을 알았다. 글을 끝까지 본 사람에게 미안하다. 용두사미도 아닌, 뱀두사미. 그래도 열심히 썼으니 업로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