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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식가용 Aug 31. 2024

첫 입원

입원2일째 날 교수님께서 "초중증 재생불량성 빈혈입니다. 통상적으로 면역치료 후 효과가 없으면 조혈모세포이식을 추진하나, 환자분께서는 이식절차와 면역치료를 병행해야 겠습니다."

그럼 면역치료는 무엇인가? 쉽게 설명하면 조혈모세포생성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골수에 말/토끼 혈청을 주입하여 충격을 주는 요법이다.

보통 증상이 심하지 않은 재빈 환우에게 먼저 사용된다. 이 방법을 시작하면서 조혈모세포이식을 위한 각종 검사에 들어갔다.

조혈모세포이식의 경우 통상적으로 4가지 방법이 있다.

1. 동종간 조혈모세포이식 : 형제자매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일치되면 시행(25%정도 맞는다고 한다)

2. 타인간 조혈모세포이식 : 나와 유전자가 맞는 국/내외 기증자를 통해 시행

3. 제대혈 이식 : 탯줄에 있는 제대혈을 이용하여 시행

4. 반일치 이식 : 부모 또는 자식의 50% 일치하는 유전자를 통해 시행(2009년 당시엔 상당히 도전적인 방법이었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주로 실시하였다.)

제일 부작용도 적고 생착(내 비어있는 골수가 공여자 골수를 주입하면서 잘 달라붙어 활성화 되는 상황)이 좋은 동종간 조혈모세포이식을 위해, 하나뿐인 여동생의 유전자 검사가 필요했다.

내 여동생은 그 당시 호주 워킹홀리데이중이었는데, 나때문에 한국에 와야하는 상황이었다. 벌써부터 민폐를 끼치는 상황이었다.

나는 보다 정확한 유전자 검사를 위해 추가 골수검사를 시행하였다. 교수님이 직접 하셨는데 이번엔 꽤 뻐근하고 아팠다..ㅠㅠ

슬슬 내 상황에 대해 정리하기 시작했다. 부모님께 말씀드리기, 회사에 알리고 휴직원을 제출하기, 업무공백으로 인한 다음 인수자에게 인수인계하기..

아버지께서는 내 병명과 입원 장소를 아시자마자 동분서주 하셨다. 은행에 오래 계신 덕분인지 병원 인맥을 많이 알 수 있었고, 향후 입원할때 대기하는 시간도 많이 줄었다. 그리고 살이 급격히 빠지셨다. 지금 생각해도 세상에 가장 큰 불효는 자식이 아픈거다. 앞으로도 보답하려하지만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그 구멍은 메워지기 힘들 것이다. 지금도 글을 쓰면서 가슴이 메여온다.

어머니께서는 다니시전 직장을 그만두시고, 보호자 역할을 하셨다. 

내가 있는 병동은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꼭대기층 서병동이었다. 거기엔 1인실/6인실 준무균실(완전 밀폐는 아님)과 조혈모세포이식자를 위한 무균실이 있는곳이다. 하루 면회는 오전/오후 각각 한번, 그것도 15분만 가능하다. 면회객은 옷을 갈아입고 손을 깨끗이 씻고 마스크를 써야 입장이 가능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로비 휴게실에서 숙식을 하게 된다. 그러지 말라고 해도 막무가내셨다. 내가 아픔으로서 내 가족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어 미안하면서 왜 나만 이런 큰 병에 걸려 고통 받을까 하는 자괴감까지 밀려왔다.

4일정도 입원 하면서 적혈구/혈소판 수혈을 받으면서 퇴원조치가 내려왔다. 이때 내 혈액수치는 백혈구2000(절대호중구500), 헤모글로빈 8.0, 혈소판 13000 이었다. 수혈을 받아도 이정도 혈액수치면 당장 조혈모세포이식을 해야하나 병상이 모자라 쫓겨나듯이 퇴원하게 되었다. 

감염에 주의하면서 면역치료시에만 입원하고 조혈모세포이식 준비도 같이 진행하게되었다.

수혈을 받으면서 병동에 누워만 있었더니 극도의 피로감은 없어졌고 집에도 무사히 도착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 바로 일이 터지게 된다..뭐냐고? 고열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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