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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식가용 Aug 31. 2024

이틀만에 두 번째 입원

집에 퇴원한 첫 날, 여자친구가 집에 방문하였다.

여자친구는 펑펑 울면서 앞으로 어떻게 되는건지 물어보았고, 나는 잘 모르니까 "글쎄...? 어찌 잘 되겠지" 얼버무렸다.

어머니와 저녁을 같이먹고 여자친구는 귀가했고, 면역이 약해서 각별히 주의하라는 교수님말에 어머님은 내가 퇴원하기전 온 집안들 소독하셨다. 침대도 새로 사셨다. 월급벌어 효도해야되는데, 또 부모님의 경제적인 힘을 빌리게 되었다.

회사에 내 병명과 상황을 알렸다. 먼저 같이 일했던 팀원들이 전화를 주었다. 무슨일이냐고 묻는다.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10통은 넘게 한 것 같다. 휴직원은 대리로 작성 가능하고 진단서만 보내면 되었기에, 퇴원때 받았던 병명진단서를 제출했다.

창원 출장만 다녀서 그런가, 집에서 오랜만에 누워쉬는데 쉬이 잠이 들지 않았다.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교수님은 최소1년은 휴직을 해야하고 넉넉히 2년은 집중 치료를 해야한다기에 내 직장이 없어질까, 완치는 가능할까,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그러다 다음날이 밝았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퇴원하기전에 열이 나면 먼저 해열제를 복용하고 그래도 떨어지지 않을 경우, 바로 응급실로 오라고 했었다.

극심한 오한증세가 찾아왔다. 여름이었는데 솜이불을 덮어도 온몸이 추웠다. 30분정도 잠이 들었다 깼는데 숨을 쉬는데 뜨거운 찌개를 먹는 것 같아 열을 쟀다. 38.9도.

바로 타이레놀을 복용했다. 그래도 38.5도 이하로 떨어지질 않았다. 면역치료를 위한 입원은 아직2주나 남았는데.. 또 응급실을 가게되었다.

예상했던대로 응급실은 또 포화상태.. 그래도 기존 병력이 있어선지 바로 격리실로 안내해주었고 또 입원을 했다..

이번엔 1인실밖에 없다 하여, 그곳에 비싼 비용을 주고 입원을 했다. x-ray를 찍고 폐 CT를 찍고 항생제/해열제를 주사에 투여했다.

벌써 왼쪽팔은 수많은 주사바늘로 인해서 사용이 불가했고 오른팔에 주사를 맞기 시작했다.

담당 인턴이 말한다."폐에 물이 찼고, 곰팡이 균이 침투한 것 같습니다. 항진균제를 맞아야 합니다."

내 투병생활중에 제일 힘들었던건 향진균제 주사였다. 부작용이 어마어마했다. 그 이름은 "암포테리신"

곰팡이균을 없애는 좋은 약이나, 부작용이 나 같은 경우는 신장(콩팥)에 어마어마한 데미지를 줬다. 이뇨제를 맞아도 소변이 나오질 않았다. 온몸이 퉁퉁부어 괴로웠다.

암포테리신은 건강보험공단이 적용되는 저렴한 항진균제이기 떄문에 며칠이상을 사용하고 2차 항진균제(이름이 생각이 안난다)를 투여해야 병원비가 싸다고 한다. 그 당시 아가들이 암포테리신 때문에 하늘나라에 간 사례가 많은데도, 건강보험법은 냉혹하다.

4일을 고생하고 2차 항진균제로 바꾼 뒤, 열이 내리기 시작했다. 폐에 찬 물을 빼려고 천자 시술도 계획되어있었는데 물이 흡수되어 시행하지 않았다.

아직 본격적인 치료는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몸이 힘들었다.. 교수님은 이왕 입원한거 면역치료를 시작하자고 하셨다.

이때부터 조혈모세포 이식때까지 6개월동안 퇴원을 하지 못하게 된다.. 본격적인 투병레이스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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