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으로 이런 것만 찾는다.
나는 오랜 습관으로 언제나 고객들의 장점만 확대경을 들여다보고 찾는다. 그게 내 습성이고 장점이다. 상대의 단점을 지적해 봤자 얻을 것은 하나도 없다. 나는 항상 상대의 장점을 확대경으로 바라보고 은유법적인 칭찬과 인정으로 빨리 친해지면서 깊게 오래간다. 그러다 보니 고객들이 많아 전국적으로 고루 분포되어 있다.
한번 맺은 관계가 오래도록 지속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렇다고 실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했다 하면 어떻게든 실수 만회를 하기 위해 남다른 진심 어린 노력을 쏟아 붙는다. 뭐든지 숨기는 것을 못한다. 내가 못하는 것이 화투나 카드다. 내 패를 감추지 못한다. 그래서 놀음 같은 것은 절대 못한다. 그런 표정들이 완연하고 숨기지 못해서 믿어주고 따라주는 고객들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많은 것을 얻었다. 인간관계도 좋아지고 나에게나 상대방에게도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 내 의식의 모든 촉수들은 고객님의 모든 가치 있는 장점들만 찾아서 보게 되어있다. 오랜 훈련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금도 남을 비판, 비평, 불평을 잘 못한다.
내가 멍청하다고 하는 이유는 분별력이 약한 것이다. 장점만 보느라고 옥석을 가려내지 못하는 게 문제다. 단점을 보고 체크했다가 확실하게 분별을 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아예 안 한다. 그냥 긍정으로 수용으로 하다가 나중에 마음을 써 준 것에 상관없이 곤란을 겪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뒤통수를 맞고도 다시 장사가 잘되면 홀랑 잊어버린다. 그냥, 마냥 사람들을 좋게 보고 믿고 가는 습성이 있는 것이다. 얼마나 멍청한 장사꾼인가? 내가 봐도 멍청하기 그지없다. 사람을 놓치기 싫어하는, 맹한 배려심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무한 긍정이 때로는 독약이 되기도 하는데 나는 필터링 조절 기능이 탑재되지 많은 것이다. 그게 문제인 것이다. 다행인 것은 확대경으로 찾는 장점으로 얻는 것이 멍청해서 잃는 것보다 크다는 것이다.
그러니 멍청한 장사꾼으로 남아있으되 장비 같은 우직함과 의리가 있으니까 오래 지나고 보면 내게 돌아오는 게 많다. 요즈음도 가끔 옛날 고객님을 만나게 되는데 고맙고 반갑다. 상대방도 참으로 반겨주니 그냥 나 스스로도 훈훈하다.
얼마 전 서울의 사무실에서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고객님을 만났어요. 저하고 이런저런 거래를 하시는 중견기업의 경영자님이신대 아주 미모의 여성분이세요. 지성적인 미소가 넘치시는 분인데 대화를 하면서 감탄과 감동을 했어요. 서로 어떤 재테크적인 대화를 나누는 거였는데 삼십여분의 대화에서도 속으로 은근한 감동을 툭툭 던져주셨어요.
친정어머니가 치과 치료에 오백만 원 이상을 카드로 결제하셨는데 이자가 없어 이삼 개월 할부를 하셔야 했는데 일시불로 하셔서 속으로 곤란했지만 활짝 웃으며 잘하셨다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대요. 그러면서 자신들 부부나 아이들에게 쓰는 돈은 몆 번 더 신중하게 생각을 하며 쓰는데 부모님에게 쓰는 것과 부모님께서 쓰시는 것은 생각을 하지 않으신다는 거였어요. 친정 부모, 시댁부모님을 위한 것은 생각을 안 하고 쓰신다는 말에 제가 속으로 감동했어요. 요즈음 자녀들에게는 펑펑 쓰면서도 부모님에게 쓰는 것은 상대적으로 인색한 편인데 그분은 말씀하시는 모습에서나 평소의 생활하시는 인성에서도 진심이 묻어나거든요.
저도 한분 계셨던 어머님에게도 아무런 계산 없이 풍족하게 드린 게 한 번도 없었거든요. 삼십 분을 대화가 제겐 박하향처럼 좋았고 신선했어요. 허긴 그분 하고는 언제나 박하향 이상이었지요. 그런 분이 제 고객인 게 너무나 좋답니다. 사실 저는 늘 고객님들에게 삶의 수업을 받는답니다. 제가 부족한 게 많으니까 항상 채울 게 많지요. 오늘도 고객님에게서 제 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아내 부모님들이나 제 부모님들을 위한 좋은 것이 있다면 계산 없이 해드리고 싶은 게 오늘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분은 너무 미인이시라 사진을 못 올립니다. 암튼 전 좀 멍청한 장사꾼이지요?
수요일입니다. 이번 주 금요일, 브라질을 갑니다. 비행시간만 26시간입니다. 비즈니스가 바빠서 글조차 못쓰고 책도 못 읽는답니다. 그래도 마음에 꽃 한 송이는 꽂고 다니고 건강한 파란 여유는 가지고 삽니다. 오늘 햇빛의 빛깔은 달달하고 온화하다는 느낌이었으나 살갗에 닿는 바람은 면도날처럼 날카롭고도 시렸습니다. 곧 봄이 남도에는 당도한다는 소식에 어깨를 폅니다. 다 지나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