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원래부터 이 일을 꿈꿔왔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일을 하고 있을지 전혀 몰랐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살아가다보니 그것들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되었다.
사실 옛날부터 선생님이 꿈이었다. 초등학생 때는 선생님들이 분필로 판서하시는 게 그저 재밌어 보였다. 그래서 그 재미를 느끼기 위해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중학생 때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보람있는 일로 느껴져서, 고등학교 때는 방학이 있어 워라벨을 추구하기 좋아보여서였다. 커가면서 이유는 조금씩 달라졌지만,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꿈 자체는 굳건했고,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과 다른 나의 입시 결과로 교육대학교나 사범대학교를 가지 못하게 되면서, 선생님이라는 꿈을 잠시 접어두어야했다. 교사에 대한 꿈이 계속 있어서 교직이수를 할 수 있는 일반대학교의 심리학과를 진학했지만, 결국 교직이수는 하지 않았다. 심리학과에서 교직이수를 하면 상담교사가 될 수는 있었지만, 이는 내가 꿈꾼 초중고등학교의 교사처럼 담임이나 특정 과목을 담당하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대신 취업의 길을 선택했다. 선생님의 본질인 ‘교육’은 내가 가는 길이 달라졌어도 계속 추구하고 싶은 방향이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직무가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였다. 인적자원개발, 즉, 회사 내에서 직원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업무를 하는 직무다. 교사가 가르치는 대상이 아이들이었다면, HRD는 직장인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HRD 직무로 내 길을 선택하여 내 역량을 쌓기 위해 기업 연수원의 HRD 인턴을 지원했다. 연수원에서 일하는 중에 HRD 직무에 정규직으로 취업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았다. 유관업계의 선배들의 말을 들어보니 HRD직무는 대부분 석사 학위가 많았고, HR 쪽 부서는 채용 인원 수가 굉장히 낮은 편인데, 그 중에서도 HRD면 더 채용 자리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HRD 인턴을 하면서 이런 저런 고민을 하고, 따로 취업을 준비하는 중에 연수원에서 다른 계열사 선배의 눈에 띄게 되었다. 나는 한 교육의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그 분이 내가 정규직이 아닌 인턴이라는 것을 알게되면서 나를 그 분이 일하는 계열사에 추천해주셨다.
추천 받은 팀에서도 교육 쪽의 일이 꽤 있어서, 교육 일을 하고 싶다는 니즈를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었다. 또한, 인턴을 했던 연수원의 계열사기 때문에 내가 기업 연수원에서 느꼈던 좋은 감정들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 계열사가 현재 내가 일하고 있는 IT회사다. 직무는 HRD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한정된 직무만 고집하다가 취업을 못하면 어쩌지 싶어서 지원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현재 IT회사의 전략기획/업무혁신 업무를 하고 있어, 내가 꿈꿔왔던 직업이나 직무와는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나는 좋아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살아가다보면 내 경험들이 다 무언가를 위해 쓰이는 발판이라고 생각하기에,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