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나는 알람으로 맞추어둔 기상시간 6시 10분에 어김없이 일어나서 바로 씻고 출근할 준비를 한다. 출근 준비에 소요하는 시간은 대략 1시간에서 1시간 10분 정도다. 아침 식사를 하지도 않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릴까? 아침에 머리를 감고 화장도 다 하고 밖을 나가는 타입이다 보니, 허겁지겁 준비하는 것을 싫어하는 타입이다 보니 그렇게 됐다. 사실, 준비시간을 줄여볼라고 했지만 도무지 안돼서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7시 15분쯤 집을 나서면 역까지 걸어가는 시간이 꽤 있어서 항상 7시 30분 지하철을 타고 출근한다. 도어투 도어로 1시간 정도 소요되는 직장이지만, 내가 보는 나의 출근 길은 꽤나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지하철 호선의 끝쪽 역에 살다보니 나에게는 지하철에 앉아서 편안히 눈을 감고 갈 수 있는 행운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조금 자다가 어영부영 회사에 도착하면 8시 10분~15분 사이가 된다.
나보다 먼저 출근하신 팀원 분들께 힘차게 인사를 하고, 노트북을 켜서 메일에 와 있는 뉴스레터를 보며 아침을 먹는다. 사무실에서 먹어도 민폐가 되지 않는, 즉, 큰 냄새없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나 단백질바를 주로 먹는다. 아침에 뉴스레터를 읽으면서 세상사를 훑어보다보면, 월요일 9시에는 주간 회의를 시작한다. 주간 회의는 앞으로 일주일 동안 무엇을 해야하며, 지난 일주일에 회사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팀장님이 팀원들에게 공유하는 시간이다. 이 회의에서 내가 입을 여는 비중은 적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내가 무슨 일을 진행중인지 팀장님께 확인 받아야 할 부분들이 생겨 점점 말하는 비중이 커짐을 느낀다.
회의가 끝나고 이메일에 답장을 하고, 밀린 업무를 조금 하다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 찾아온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우리 회사의 최고 워라벨, 긴 점심시간! 공식적으로는 1시간이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1시간 30분을 여유롭게 사용하는 것은 비밀이다. 팀원들과 밥을 먹고 음료를 테이크아웃하고도 50분 정도가 남아, 그 시간에 여유있게 화장실을 가고, 때로는 핸드폰을 보거나 산책을 하는 등 휴식시간을 즐긴다.
다시 오후 1시부터는 일하는 모드로 돌아간다. 한동안은 우리 회사에서 개발한 기업용 AI와 관련된 일을 많이 했다. 서비스 베타 오픈 공지와 정식 오픈 공지를 작성하고 디자인하거나, AI 관련한 소식을 직원들에게 전하는 일을 한다. 이때 주로 나의 사수분과 많이 소통한다. 나의 사수 분은 기획 업무를 정말 잘하시는 분이시고, 사회생활에 관한 팁들도 많이 알려주셔서 하루하루 성장하는 기분이다.
AI 관련 업무 외에 경영실적을 보고하는 보고 장표를 작성하는 일을 하는데, 각 사업부의 한 달 실적과 보고에 들어갈 내용을 취합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소통하는 대상은 담당이나 이사 직급에 계신 사업부장님들이다. 처음에는 직급 차이가 많이나는 분들을 대하는 게 어려웠지만 이제는 적응이 되었고, 데드라인에 맞게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큰 어려움 없이 일 하고 있다.
금요일의 경우엔, 내가 일주일동안 했던 일들을 회사 내 사이트에 입력하여 팀장님께 승인받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만 보면 굉장히 감시하는 느낌이 나는데, 생각보다 팀장님이 내가 한 일을 꼼꼼히 확인하시는 느낌이 아니라 회사 내 직원들의 역할과 근태를 확인하는 형식적인 일들이라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입력을 하면서, 일주일 동안 스스로 무슨 일을 했는지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나에게도 도움이 된다.
하루하루 내게 떨어지는 일들을 하면서 일하는 기분을 느끼다보면, 5시 30분 퇴근시간이 다가온다. 우리 회사는 야근이 별로 없다는 것이 내가 느끼는 최고 장점이다. 심지어 신입인 나는 더더욱 야근할 일이 없지만, 그래도 칼퇴는 양심상 눈치가 보여서 5시 30분 이후부터 짐을 싸기 시작한다. 그러면 5시 40분 전에는 보통 퇴근을 하게 된다. 팀장님을 포함한 모든 팀원분들께 항상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를 외치며 기쁜 마음으로 회사 밖을 나간다.
그 이후에는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집에 가서 가족들과 오순도순 밥을 먹기도하고,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즐기기도 하며, 오랜만에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워라벨이 있는 삶, 너무 좋은 것 같다. 앞으로 지금처럼만 직장에서의 나와 퇴근 후의 나를 모두 돌보면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