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다.
그에게도 왠지 모르게 편안함을 느끼긴 했다만
나는 예전부터 혼자가 좋았다.
어쩌면 인간관계가 즐겁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항상 같은 사람을 만나고 같은 일상인데 어떻게 즐거울까.
난 일상 속의 즐거움을, 평온한 일상의 행복을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알지 못한다.
나에게 일상은 고된 노동이고 나에게 휴식은 모든 일이 끝나고 집에 있는 침대에 눕는 것이다.
이 흰 방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이 검은색 철제 의자가 너무 딱딱하다.
난 침대가 좋은데.
그 인간도 없겠다. 이 기회에 손을 자유롭게 만들고 싶어 열심히 움직여본다.
손을 좌우로 벌려 공간을 늘리고 묶인 줄을 당겨본다.
되는 것 같다가도 상황을 볼 수 없으니 어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오히려 눈은 다른 곳에 집중을 하고 있다.
아니 정확히는 눈은 어딘가 보고 있지만 멍하다.
정확히 무언갈 보고 있진 않다.
지금은 내 머리가 과거를 보고 있다.
과거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외치고 있다.
그니까 무슨 기억이냐면.
따듯한 방안이었다.
의자에 앉아있었고 적당히 편했다.
다른 느낌도 감상도 아무것도 없었다.
즐거움도 행복도 웃음도 없었고 절망도 좌절도 슬픔도 눈물 또한 없었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왜 이런 기억 하나만 떠오르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풍선이 떠오르듯 기억 하나가 문득 두둥실 떠올랐다.
그게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