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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fodq Nov 08. 2024

어두운 공간

현재

눈을 떠보니 천장이 하얗다.

흰 천장이 보인다.

몸은 내 뜻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간신히 눈을 돌려 보니 병실이다.

팔자 좋게 1인실을 차지하고 있다.

 '아 맞지'

기억이 난다.

난 생각보다 어렸다.

남들이 보기엔 나는 한참 꽃다운 나이에 안타깝게도 교통사고를 당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일 거다.

지금 날짜를 알 수 없어 지금 내 나이가 몇 살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전등이 꺼져 있어서 방안은 어둡다.

흰 곳에 있다가 어두운 곳에 오니 감회가 새롭다.

미소가 뜬금없이 지어진다.

그래도 살아있네.

적어도 내가 병실에 누운 지 몇 달은 지났을 거다.

창문 밖에는 눈이 오기에 이미 나는 너무 많은 시간을 날렸다는 뜻이다.

6개월이 지났을 수도 아니면 그보다 1년이 더 지났을 수도 있다.

이 긴 시간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잠을 자고 싶다. 잠이 오지 않지만 잠을 자고 싶다.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

나는 그래도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나름대로 공부를 많이 하고 생각도 많이 했다.

실수를 더 많이 하기는 했지만 노력은 했다.

과거를 회상할 때는 후회가 먼저 오는 게 당연하다.

병실은 소름 끼치게 조용해서 내 숨소리가 이 공간에서의 유일한 소음이다.

나의 존재가 참 어색하다.

눈을 감고 이 공간을 체험해 본다.

나란 존재가 참 어색하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나는 이상하게 살아왔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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