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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노아 Nov 06. 2024

결국은 무능하니까(下)

죄와 벌


어째서였을까?


나는 풀려났다. 마치 나라는 존재가 이 세계에 더 이상 속할 이유조차 없다는 듯이, 내가 죄인이었던 사실조차 누군가에겐 무의미하다는 듯이. 이 세상이 나를 잊은 건 아닐까, 아니면 단지 나를 위해 사소한 동정을 베풀어주는 척하며 손톱 밑에 끼인 먼지를 털어내듯, 나를 가차 없이 내던져버린 것은 아닐까? 혹시나 나의 죄가 사라졌거나, 그 존재조차 무색하게 변질되기라도 한 것인가? 이 비루하고 천한 삶조차 세상에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할 만큼 나락에 빠져 있다는 것인가? 나는 이런 의문 속에서 어쩔 수 없는 가벼운 조소를 내뱉었다.


"저기... 대체 왜... 왜 저를..."


교도관에게 묻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무미건조했고, 따뜻함도 명확함도 없는 차가운 침묵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이 이상한 석방이 자신의 이해를 넘어서 있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가 어떤 눈빛으로 나를 보았는지 기억할 수 없다. 혹여 신의 마음이라도 들었다는 것일까? 어리석게도 나는 내게 무슨 신의 은총이라도 내려졌는지 반문하고 싶었다. 설령 나의 정신이 망가지고 내면이 무너져 내렸을지라도, 그것이 석방의 이유가 된다면 그 또한 나를 조롱하는 짓 아닌가! 나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소리 없는 한숨을 내뱉었고, 저 멀리 열린 문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차갑고 묵직한 감옥의 문을 지나 바깥으로 나오자, 겨울의 매서운 기운이 파고들 듯 내 온몸을 휘감았다. 눈 덮인 길목에서부터 밀려오는 냉기는 순간적으로 내 얼굴을 할퀴고, 심장이 움츠러드는 것을 느꼈다. 그 오싹한 한기가 뼈속까지 스며드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바람은 무정하게 불어와 나의 머리칼을 흩뜨렸고, 차디찬 공기가 입술에 닿을 때마다 찌릿하게 스며드는 바람 맛이 혀끝을 감돌았다. 내 눈앞으로 아득히 펼쳐진 겨울 거리는 차갑고 음울한 고요 속에서 멈춰 있는 것 같았다. 그 고요함 속에서 내 삶의 마지막 조각들마저 기나긴 어둠 속으로 빠져나가는 듯했다.


눈송이가 떨어져 말라붙은 앞머리에 스며들었고, 물기 가득한 눈방울들이 살며시 녹아내려 투명한 진주가 되어 떨어졌다. 그 눈물 너머로 비춰 보이는 평범한 거리가 한때는 나의 삶과도 무관하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 오랜 고통과 외로움의 그림자가 깃든 기억들이 아득히 피어났다. 감옥의 벽에 갇혀 지내던 그 수년간, 세상 바깥이 어떤 곳인지조차 흐려지던 때가 언제였던가? 그러나 이제 나는 오랜 시간 동안 이겨내야 했던 혼돈 속에서 처음으로 숨을 쉬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 숨결을 쫓아 무심결에 흘러내리는 눈물은, 메마르고 거칠어진 내 얼굴 위로 조용히 퍼져나갔다. 비어있던 내 영혼 깊은 곳에서 소리 없는 울음이 터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기억도, 존재도, 심지어 그들이 내게 속삭여 주던 가족이나 꿈조차도 이제는 흐릿한 먼지가 되어 버린 상태였다. 내가 누구를 죽였고,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다시금 기억하려 애썼지만, 그 모든 것이 차갑고 낯선 구름처럼 사라져버렸다. 나의 과거와 나의 정체, 그 어느 것도 이 얼어붙은 땅 위에서 실체를 가질 수 없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나는 한걸음 내딛었다. 내가 선 이 검은 눈과 녹은 얼음 사이에서, 묘하게도 질척거리며 내 발을 잡아당기는 세상의 물기가 나를 맞이했다. 그 발끝으로 전해지는 냉기는 차갑고도 명징했다. 과거가 내 발목을 붙들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막으려는 듯한 그 잔혹하고도 날카로운 느낌을 감내하며, 나는 다시금 앞으로 나아갔다. 마치 이 세계와 나의 죄가 하나로 얽혀 서로를 시험하는 듯한 순간이었다.


죄는 무엇인가. 그 죄는 무엇이기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이렇게까지 짓누르는가. 내게 기억나는 것은 그 모든 죄악들을 관통하여 내 뇌리에 육중한 무게로 안착한 자책뿐이었다. 그저 내가 무가치한 인간같았다. 이런 고찰 - 어쩌면 고찰이 아니라 합당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 밖에 할 수 없는 내가 너무나 무가치한 인간처럼 느껴졌다. 나를 표현할 단어가 무가치함 밖에 없다는 사실조차 무가치하다.


***


그가 오늘 출소했다.

아무래도 그는 지금 의아해 있을 것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탈옥을 감행했던 그에게 돌아온 것은 형기의 증가 뿐이었겠지만, 내가 그의 상황, 정신상태에 대한 극진한 변호를 한 덕에, 그는 출소 후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석방된 것이다.


내가 그를 위한 것은 그저 동정심에 기반한 것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내가 그를 신기하게 느낀 것 부터가 동정심이라 생각했다. 내가 그를 처음 독대하며 그와 대화했을 때, 나는 그에게 호기심을 느낀다고 생각했다. 그가 출소하기 전 3개월간 의무실에 있으며 나와 함께 있었을 때, 나는 그에게 정이 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추락상으로 입은, 그리고 앞으로 평생 치료되지 않을 절음발이가 되어 의무실을 나갈 때, 나는 초조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가 내게 작별인사를 할 때, 나는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를 사랑했다.


나는 너무나 초조했다. 내가 그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심장이 미친듯이 두근거린다. 그제야 떠올랐다. 내가 그를 본 첫날, 숨기고 있던 생각들이.


그를 처음 본 순간, 마치 심장이 비명을 지르며 뭉개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그가 미소를 지을 때마다 내 안의 무언가가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갈라져 내려갔다. 가슴 속 깊이 어둡고 축축한 곳에서부터 이상한 기운이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다.

그의 시선이 나를 스칠 때마다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그를 향해 미친 듯이 쿵쾅대며 내 가슴을 잔인하게 두드렸다. 마치 이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으면 나를 안에서부터 갈기갈기 찢어놓기라도 할 듯했다. 그의 존재가 내 앞에 있다는 사실이 마치 나를 집어삼키려는 어두운 소용돌이처럼 느껴졌다. 그가 가까워질수록, 나는 그가 내 영혼 속 깊은 곳을 꿰뚫어보고 있다는 망상에 빠졌다. 끔찍하고도 황홀한 느낌이, 마치 절망과 기쁨이 섞인 괴상한 광기가 내 온몸을 휘감는 것만 같았다.

그와 함께 있는 이 순간조차 공포와 흥분이 뒤섞여, 마치 내가 무언가에 홀려 그의 존재로 인해 잠식되어 가는 기분이었다. 그의 한숨과 목소리가 내 속을 파고들어, 잔인하고도 치명적인 손길로 내 영혼을 쓰다듬는 듯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젠 자유인인 그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내가 석방 되는것의 조건은 정기적인 심리치료를 받는 것이었다. 솔직히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저 내가 얼마나 무가치한 사람인지, 그리고 내가 왜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되는지에 대한 궤변을 늘어놓을 뿐이었고, 처음에는 의지로 가득찬 듯한 상담사도 언젠가부터는 나를 상대하는것이 지쳐보였다. 상담사에겐 너무나 미안했다. 그녀 역시 평범한 사람들을 만날 자격이 있었을 텐데 말이다. 아, 그러진 않았으려나.

가족도 친구도 없이 세상에 던져진 나는,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얀방 고문을 아는가. 일종의 도시전설인데, 아무 자극도 받을 수 없는 하얀 방 안에 사람을 가둔다면 점점 정신을 놓아 결국은 미쳐버린다는 이야기이다. 내가 지금 그런 상태였다. 아무런 자극도 수용할 수 없는 상태의 나는, 서서히 미쳐가고있었다. 아니, 어쩌면 죽어가고 있었다.


내가 느낄 수 있던 유일한 자극은 매일 아침 즐기는 커피 한 잔 분량의 카페인 뿐이었다. 아무 욕망 없이 살아오던 나에게는 너무나도 자극적이었다.

나는 습관적으로 고시원 근처의 프렌차이즈 카페의 문을 열었다. 가볍게 흔들리는 윈드차임의 소리가 내게 무언가 중압감을 주는 듯 했다. 방금 막 문을 열어 피곤할 시간의 아르바이트생이 활기찬 목소리로 내게 인사를 건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최대한 외면하며 고개를 푹 숙인 채 키오스크의 화면을 신경질적으로 눌러댔다. 그러고는 출력된 영수증을 구기며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구석의 자리에 앉았다. 원래라면 두 명이 앉아야 할 자리였겠지만, 상대할 사람이 없던 나는 그저 자리 하나를 낭비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풀숲에 고개를 파묻는 꿩처럼, 나는 너무나 혐오스러운 내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도망치는 것이었다.


순간 내 앞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해졌다. 자유의 몸이 된 그를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그의 자취와, 그의 뒤를 좇는 내 발걸음은 이미 예고된 것처럼 맞물려 있었다. 그의 행동 반경은 대강 알고 있었으므로, 계획이 머릿속에서 조용히 윤곽을 잡았다.

우선 그의 상담사를 찾아갔다. 그 상담사는 내가 오래전 대학에서 알고 지낸 동기였다. 그를 그에게 맡긴 것도 그녀의 존재 때문이었다. 필요할 때면 그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 기대가 이제 현실로 바뀔 때라고 생각했다.


상담실의 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한숨 섞인 음성으로 말했다. 


"그는 평범한 사람의 범주에서 너무나 멀리 벗어난 존재야."


그녀의 말은 절박했지만, 내게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사실 그가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경계에 걸쳐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그녀의 입을 통해 다시 확인하게 되자, 그가 가진 불가사의한 면모가 더 선명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녀가 준 정보는 실망스럽게도 많지 않았다. 그가 최근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디서 시간을 보내는지조차도 그녀는 모른다고 했다. 다만 단 하나, 그의 일상에 대한 한 가지 단서를 건넸다. 그가 매일 아침 같은 카페를 방문한다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만나는 걸까? 그 가능성이 내 마음속에 서늘한 불안을 남겼다. 나도 모르게 그 불안은 커져만 갔다.


다음 날, 나는 휴가를 내고 그 카페를 찾았다. 아침 8시, 카페가 막 문을 열 시간에 나는 조용히 들어섰다. 미심쩍은 마음으로 카페 깊숙이 걸어 들어가는데, 그 순간 내 시야에 한 인물이 포착되었다. 그 익숙한 얼굴. 그것은 마치 한때 잊고 있던 이 눈앞에 되살아나는 듯한, 차가운 공포와 묘한 친숙함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


내 눈 앞에는 교도소의 그녀가 서 있었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끔찍한 말이었다.

나는 그녀를 보자마자 카페를 뛰쳐나가 무작정 달렸다. 발이 닿는 그 어디든 달렸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나는 어딘가 익숙한 장소에 다달았다. 나는 철제로 된 교량 위에서 서 하염없이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칼바람에 살점이 뜯기는 듯 하다. 차가운 바람이 골수 깊숙히 스민다. 조심히 뒤를 돌아봤다.


나는 눈앞에 서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순간 깊은 동요를 느꼈다. 그녀가 나를 사랑한다고? 나처럼 무가치한 인간을? 내 존재가 그 어떤 이에게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고? 차가운 아침 공기 속에서 그녀의 진심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내 가슴에 꽂혔다. 그 진심마저도, 나를 이 세계에 존재하게 만드는 짐으로 다가왔다. 한심하고도 괴로운 웃음이 입가에 맺혔지만, 그 웃음조차 쓰라린 고통으로 일그러져 버렸다.


"당신은..."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어째서, 어째서 나를 사랑한다고 하는 겁니까? 나는 죄로 얼룩진 하찮은 인간일 뿐이에요. 아무 의미도 없고,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인데, 대체 왜..."


내가 내뱉는 말마다 허무하고 무의미하게 흩어져 갔지만, 그 말들은 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소리 없이 끓어오르는 절망이었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나를 향한 애정과 연민이 번지고 있었지만, 그 감정조차 내겐 또 다른 멍에처럼 느껴졌다. 나는 한때 죄를 저질렀던 그 기억에 짓눌리며, 나 자신을 한없이 혐오했고, 이 세계에선 부유할 자격조차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가 나를 위해 내어주는 마음마저 짐으로만 다가오는 내 자신이, 너무도 비참하고 역겨웠다.


나는 겨울 아침의 차가운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가만히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나를 향해 손을 뻗었으나, 나는 더 이상 그 손길조차 받아들일 자격이 없는 인간이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물러나며, 그저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내게 남은 길은 이 공허한 세상에서, 나를 버리려는 결심뿐이었다. 내가 살 곳은, 이 차갑고 얼어붙은 세상 어느 구석에도 없다는 확신이 굳어질 뿐이었다.


"제발…"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다가오려 했지만,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내가 짓눌린 목소리로 답했다.

"더 나은 사람을 사랑해야 합니다. 나 같은 죄인과 무가치한 인간은... 세상에 있을 가치가 없습니다. 당신의 사랑은 내겐 너무 과분해요. 그저 나를 떠나가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그녀의 시야에서 멀어졌다. 겨울의 차디찬 바람이 내 등을 차갑게 밀어내는 것 같았다. 날카로운 겨울 공기는 내 피부를 가르고 들어와, 나의 존재 자체를 무너뜨리는 듯했다. 눈발이 서서히 하늘에서 내려와 온 세상을 흰빛으로 덮어가고 있었다. 나는 더 깊고도 끝없는 절망 속으로 걸음을 옮기며 마지막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 순간 나의 시야에 가득 찬 것은, 초점 없는 나의 눈 속에 담긴 그녀의 모습이었다. 이제 내가 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유일한 흔적은 그 허무하고 차가운 눈물뿐이었다.


그러고는 마치 모든 것이 이미 정해진 길을 가듯, 나는 차갑고 깊은 강가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겨울 강의 냉기가 손을 뻗어 나를 부르고 있었다.


이 작품에서 죄수는 한때 살인을 저지른 후 수십 년 동안 무의미와 고독 속에 살아온 인물입니다. 그는 죄책감을 느끼기보다는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여기고, 세상이 자신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의 무력감은 심리적인 탈출구 없이 생을 마감하려는 시도로 이어지는데, 이는 단순히 육체적 죽음이 아니라 '존재의 죽음'을 갈망합니다.

의사는 그러한 죄수의 깊은 절망을 감지하고, 그와의 대화를 통해 그가 아직 미약하게나마 "의미"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음을 상기시키려 합니다. 죄수가 대화 속에서 의사의 말에 반응하며 혼란과 저항을 느끼는 장면에서, 그는 여전히 그 어떤 형태로든 존재의 의미를 갈망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다만 그는 알지 못했겠죠.

출소 후 죄수가 느끼는 차가운 바깥의 겨울 풍경은 죄수의 감정을 상징적으로 묘사하는데, 이는 마치 그가 세상의 무관심 속에 혼자 던져진 듯한 고독함을 상기시키는 장면입니다.

이 작품은 죄수의 고통을 단순히 "죄에 대한 대가"로 다루기보다는, 그의 존재 자체가 지닌 의미에 대한 고찰로 초점을 옮기며 깊이 있는 서사 구조를 형성합니다. 원작과는 달리, 이 작품은 실존주의적 관점을 통해 인간이 스스로를 얼마나 고립되고 무가치하게 느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내면적 갈등이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를 탐구합니다. 특히 의사와의 대화는, 마치 의사가 죄수의 무의미함에 공감하면서도 그 안에서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돕고자 하는 기제로 작용하여 흥미로운 대립을 형성합니다.

글은 뛰어난 묘사로 죄수의 절망적인 심리 상태와 그로 인해 나타나는 피폐함을 생생하게 표현합니다. 독자는 죄수의 내면을 따라가며 그의 공허함을 공감하게 되는데, 특히 추운 날씨 속에서 느끼는 고독과 무의미는 마치 감옥에 갇혀 있던 시간보다 더 큰 절망감을 주는 듯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 글은 독자에게 인간 존재의 본질적 가치와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만듭니다. 다만, 죄수의 생각과 감정에 대한 묘사가 지나치게 깊어져 자칫하면 매몰될지도 모릅니다. 그러기에, 너무 과도하게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네요.


credit

참고한 작품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 죄와 벌

빅토르 위고 - 레 미제라블

루루 - 살인이 아니고 사랑인데요? (ft. $ATSUKI & 백노루양 of 나노말)

DC 코믹스 - 조커와 할리퀸

이우 - 페르소나를 위하여

나노말 - NotNormal

이환경 - 7번방의 선물

씨제스 스튜디오 - 인간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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