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미디어
'이것이 리테일 미디어다' 프롤로그
광고는 늘 고객의 시선을 쫓는다. TV 광고뿐 아니라 지하철이나 영화관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은 언제나 광고로 채워진다. 그러나 광고가 정말 효과가 있는지, 누가 그것을 보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도 ‘노출 수’나 ‘인지도 조사’ 같은 추정치로 성과를 측정하면, 고객과의 거리가 얼마나 먼지 가늠할 수 없 다.
그런데 이제는 그 거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고객이 광고를 보고 바로 클릭하고 바로 구매하며 다음 구매까지 유도되는 모든 여정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이뤄진다. 검색 결과에 광고가 섞여 있고, 장바구니 옆에 배너가 있으며, 결제 직후 또 다른 추천이 등장하는 식이다. 광고는 더 이상 외부에서 소비자를 ‘끌어오는’ 수단이 아니다.
유통 플랫폼 안에서 고객의 흐름을 따라가는 형태로 변모하면서, 유통은 곧 광고이고 광고는 곧 구매가 되었다. 리테일이 광고의 무대가 되었고, 광고는 유통 플랫폼에서 구매 전환을 완결짓는다. 이 변화의 흐름을 ‘리테일 미디어(Retail Media)’라 부른다.
미국의 아마존은 더 이상 유통회사만이 아니다. 고객이 제품을 검색해서 클릭하고 상세 페이지에서 연관 제품을 보며 구매 버튼을 누르는 그 모든 순간에, 실제로는 광고가 작동한다. 아마존은 광고 사업만으로 연간 37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세계 최대 미디어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구글이나 메타와 같은 전통적인 디지털 광고 플랫폼과 어깨를 나란히 할 뿐 아니라, 구매에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광고가 작동하니 광고주도 더욱 주목하고 있다.
이 흐름은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쿠팡은 연간 1조 원에 달하는 광고 매출을 기록하며, AI 기반 키워드 입찰 시스템과 자동화된 추천 광고 상품을 통해 광고주의 구매 전환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SSG.COM은 고객 여정을 분석해서 구매 가능성이 높은 시점에 상품을 자동 노출하는 AI 추천 광고를 운영하고 있으며, 광고주에게 평균 2,000% 이상의 광고비 대비 매출(Return On Ads Spending, ROAS)을 제공하고 있다. 매출 구조의 다변화는 물론이고,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접점을 정교하게 조율할 수 있는 광고 플랫폼으로서 자리매김한 것이다.
흥미롭게도, 오프라인 유통사들도 이 흐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고객이 제품을 고르는 동선에 따라 노출되는 POS 디지털 디스플레이, 뷰티 브랜드와 협업한 앱 기반 영상 콘텐츠, CJ ONE 멤버십 기반의 타깃 프로모션은 올리브영을 단순한 H&B(헬스 앤드뷰티) 매장이 아닌, 뷰티 미디어 플랫폼으로 바꿨다. 롯데그룹은 4천만 명의 소비 이력을 보유한 엘포인트(L.POINT) 데이터를 중심으로 롯데ON,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홈쇼핑 등 유통 전 채널을 통 합한 미디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유통 자산 전체가 하나의 미디어로 연결되며, ‘그룹 전체가 하나의 리테일 미디어’가 되는 전략적 구매 전환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유통이 광고가 되었을까? 그 시작점을 특정하긴 어렵지만, 2012년 아마존이 광고 매출을 별도로 공시하기 시작한 것을 기점으로 리테일 미디어라는 개념이 실체를 갖기 시작했다. 아마존은 불과 몇 년 만에 구글, 메타에 이어 미국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3위를 차지했다. 그러면서 쇼핑이라는 유통의 행위가 가장 전환에 가까운 광고 플랫폼으로 탈바꿈했고, 국내에서도 그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SSG.COM, 쿠팡, 네이버 등 커머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리테일 미디어 비즈니스를 본격화하며 유통의 광고화가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유통사들도 이 흐름에 합류하면서, 이제는 ‘유통 전체가 광고 플랫폼’인 시대가 되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 리테일 미디어 비즈니스의 현재와 미래를 정리하고자 한다. 왜 유통이 광고를 품게 됐는지, 광고는 어떻게 구매를 만들어내는지, 데이터는 어떻게 광고를 정밀하게 만들고, 기술은 어떻게 구매 전환을 자동화하는지 쉽고도 차근 차근하게 풀어가고자 한다.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실제 사례는 물론, 실무자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구조와 전략을 담았다. 리테일 미디어를 바라보는 브랜드, 광고주, 플랫폼 운영자, 마케터에게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하기를 바란다. 리테일 미디어는 광고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니다. 이커머스, 오프라인 유통, 콘텐츠, 고객 데이터, 머신러닝 기술 등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얽혀 만들어진 새로운 생태계다. 전통 광고가 매체의 힘에 기댔다면, 리테일 미디어는 플랫폼과 고객의 흐름에 스며들어 존재한다. 이 흐름을 이해하는 자만이 더 효과적으로 제품을 알리고, 브랜드를 성장시키고, 시장에서 이길 수 있다. 유통은 더 이상 상품만을 팔지 않는다. 고객의 주목을 모으고, 그 주목을 수익으로 전환하며,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미디어다. 유통의 미래를 이야기하기보다는 미디어의 미래를 다시 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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