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무대, 브런치
그림책 모임에서 알게 된 선생님들이 있다. 3년 동안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이제는 제법 끈끈한 사이가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그림책을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는 모임이라 여겼지만, 그 안에는 그림책에 대한 애정뿐 아니라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가진 분들이 많았다. 나는 종종 궁금했다.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또 삶 속에서 열정을 유지할 수 있는지. 모임이 끝난 후, 선생님들과 따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열정의 배경을 조금씩 알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 바로 브런치였다.
사실 처음 ‘브런치’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나는 전혀 다른 것을 떠올렸다. 엄마들끼리 모여 수다를 떠는 어떤 스몰토킹 앱쯤으로 생각한 것이다. 글을 쓰는 플랫폼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설명을 듣고 나니 호기심이 생겼다.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라면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작년에 망설임 없이 가입을 했다. 하지만 가입만 해두고 그대로 일 년이 흘러버렸다. 글을 쓰고 싶다는 작은 욕망은 있었지만, 정작 그 불씨를 키울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학창 시절에 글쓰기를 좋아했다. 글짓기 대회, 독후감, 짧은 편지까지.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을 글로 쓰면 훨씬 편해졌다. 글은 나를 숨김없이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지켜주는 방패 같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책도 글도 놓아버렸다. 그렇게 십 년이 훌쩍 지나자, 다시 글을 쓰려는 시도는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그러다 작년에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찾아왔다. 하지만 누구에게 말하지 못하고 혼자만 품고 있었다. 내 글이 부족하고, 어쩌면 부끄럽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이 필요했다. 그러다 문득 브런치가 떠올랐다. 용기를 내어 신청을 했고 뜻밖에도 한 번에 승인을 받았다.
그 순간은 얼떨떨했다. 스팸메일이 아닐까 싶어 몇 번이나 다시 들여다봤다. 믿기지 않아 네이버 검색창에 ‘브런치 작가 승인 결과’라는 문장까지 쳐봤다. 정말로 내가 승인을 받은 게 맞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렇게 몇 번이나 들여다본 뒤에야 비로소 실감이 났다. 내가 글을 써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것 같았다. 조금은 과장되게 들릴지 몰라도, 글을 쓰라는 운명을 받은 것처럼 느껴졌다.
글을 발행하고 나니 또 다른 경험이 찾아왔다. 첫 ‘라이킷’을 받던 순간이다. 화면에 알림이 뜨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심장이 크게 뛰었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응원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아주 작은 신호였지만, 그 한 번의 응원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그 이후로 글쓰기에 더 집중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물론 처음에는 ‘라이킷’을 의식하며 글을 쓴 적도 있었다. 나의 글이 누군가의 눈에 띄고, 인정받는 것 같아 기뻤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남의 눈에 들기 위함이 아니다. 누군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지금 나는 브런치에서 글을 배우고 있다. 동시에 내 삶을 기록하고 있다. 과거의 기억을 정리하고, 지금의 생각을 담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하지만 이렇게 쌓인 글들이 언젠가 나만의 이야기가 될 거라 믿는다. 그 과정에서 내가 조금 더 단단해지고, 언젠가는 떳떳하게 “나는 글을 쓴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브런치는 내게 그런 공간이다. 부담스럽지 않게, 그러나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나의 작은 무대. 언젠가 내 글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은 내 글을 통해 나 자신을 확인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나의 작가로서의 꿈은 거창하지 않다. 지금의 마음을 솔직하게 쓰고, 그 글이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해 주고, 언젠가 다른 누군가에게도 작은 위로나 울림이 된다면 충분하다. 그것이 내가 브런치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다.